퇴직을 앞두거나 막 퇴직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퇴직금 수령 방식이다.
IRP 계좌에 넣어서 연금으로 조금씩 받을 것인가, 아니면 한 번에 다 받아서 내 맘대로 굴릴 것인가?
이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꽤 오래 머뭇거린다.
일단 두 가지 선택지의 차이부터 짚어보자.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한 번 내고 끝이다. 깔끔하다.
그 돈으로 예금을 하든, 주식을 사든, 부동산에 넣든 완전히 내 자유다.
반면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로 받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퇴직소득세를 바로 내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는 효과(과세이연)가 생기고, 연금으로 꺼내 쓸 때는 연금소득세라는 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
세금만 놓고 보면 IRP가 훨씬 유리하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어떤이는 일시금 수령과 IRP 연금 수령은 세금이 3~4배 이상 차이난다고 한다. 물론 개인마다 근속연수나 퇴직금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세금 측면에서 IRP가 유리한 건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왜 일시금을 택하는 사람도 있을까?
세금만 보면 IRP가 답인 것 같은데, 의외로 일시금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첫째, 건강보험료 걱정이다.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재산이나 소득에 따라 건보료가 나온다. 사적연금(IRP 포함)에 건보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혹시 나중에 건보료까지 내야 한다면 IRP의 장점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그건 보험 장사꾼들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강하게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논리는 이렇다. 만약 IRP 연금에 건보료까지 부과하면 퇴직소득세 혜택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인데, 그럼 아무도 IRP를 쓰지 않게 되고 정부가 키우려는 사적 연금 시장 자체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고령층 복지비 부담을 줄이려면 국민들이 알아서 노후 준비를 하게끔 유도해야 하는데, 그 당근을 스스로 빼앗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꽤 설득력 있다고 본다.
둘째, 투자 자유도의 문제다.
IRP 계좌 안에서도 ETF 투자가 가능하지만, 직접 개별 주식을 사거나 미국 주식 직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제약이 있다. 일부에서는 근속연수 때문에 일시금과 연금소득세 차이가 크지 않아, 그냥 일시금으로 받아서 미국 주식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셋째, 수수료다.
IRP 계좌를 유지하면 운용수수료가 붙는다. 원금의 0.5% 정도라는 언급이 있었는데,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다. 다만 요즘은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는 증권사들이 있으니 잘 알아보면 이 부분은 최소화할 수 있다.
세금 감면 구조, 알고 보면 꽤 짭짤하다.
퇴직금을 IRP로 받아 10년에 걸쳐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30% 감면받는다. 11년차부터는 40%, 그리고 2026년 세법 개정으로 21년차부터는 50%까지 감면된다고 한다.

30년 이상 근무했는데 퇴직소득세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30년차임에도 퇴직소득세가 생각보다 크다며 연금 수령을 선택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즉, 같은 근속연수라도 퇴직금 규모와 개인 상황에 따라 체감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내 퇴직금 규모를 기준으로 세금을 직접 계산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IRP 안에서도 투자는 충분히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IRP를 단순히 안전하게 예금처럼 묻어두는 곳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IRP 계좌 안에서도 다양한 ETF 투자가 가능하다. 지수 ETF, 산업별 ETF, 심지어 반도체 ETF처럼 세분화된 상품들도 있다고 한다.

즉, IRP를 선택한다고 해서 투자 기회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세금 혜택을 누리면서 ETF를 통한 분산투자까지 가능하니, 이 구조를 잘 활용하면 꽤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뭐가 맞는 선택일까?
이 질문에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몇 가지 기준을 정리해봤다.
IRP 연금 수령이 유리한 경우
퇴직금 규모가 크고 퇴직소득세 부담이 클수록, ETF 투자에 관심이 있을수록, 종소세나 건보료를 최대한 줄이고 싶을수록 IRP가 합리적인 선택이다.
일시금 수령이 어울리는 경우
근속연수가 짧아 세금 차이가 크지 않거나, 목돈이 당장 필요하거나, 직접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면 일시금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시각은 연금생활자에게는 투자 수익률보다 변동성과 세금 관리가 핵심이라는 말이다. 노후에 쓸 돈인 만큼 크게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오래 가져가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이 말이 꽤 마음에 남는다.
퇴직금은 한 사람이 수십 년 일하며 모은 결과물이다.
그걸 어떻게 받느냐, 어떻게 굴리느냐는 노후 삶의 질에 직결되는 문제다.
무작정 남들이 IRP 한다니까 나도가 아니라, 내 퇴직금 규모, 세금 계산, 건보료 상황, 투자 성향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