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계좌를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그냥 세금 덜 내는 계좌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수익이 어느 정도 쌓이기 시작하면서 슬슬 의문이 생긴다. 수익이 200만 원을 넘어가면 그냥 해지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계속 굴리는 게 나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ISA는 그냥 세금 면제 계좌가 아니다.
ISA는 일반형 기준으로 수익 200만 원까지는 세금이 아예 없다.
서민형이나 농어민형은 그 기준이 400만 원으로 올라간다. 200만 원을 넘어가는 수익에 대해서는 9.9%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일반 금융상품에 붙는 15.4%보다 훨씬 낮은 세율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다.
국내 상장 주식이나 ETF를 사고팔아서 생긴 매매 차익은 원래부터 비과세라서, ISA의 200만 원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ISA 안에서 국내 ETF를 팔아 500만 원 수익을 냈어도 그건 그냥 전액 비과세다.
200만 원 한도에 쌓이는 건 배당금이나 이자 수익처럼 원래 과세 대상이었던 것들이다.
계좌에 보이는 총 수익과 실제 과세 대상 금액은 다를 수 있으니, 증권사 앱에서 절세 계좌 조회 기능을 통해 실제 과세 대상 금액이 얼마나 쌓였는지 따로 확인해야 한다.
3년 전에 해지하면 혜택이 통째로 날아간다.
ISA는 의무 가입 기간이 3년이다. 이 기간을 채우지 않고 중도에 해지하면 비과세든 분리과세든 혜택이 전부 사라지고, 일반 금융상품처럼 15.4% 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결국 ISA를 만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ISA 계좌를 처음 만들 때 만기를 짧게 잡지 말고 99년처럼 아주 길게 설정해두는 것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차피 3년만 지나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만기를 길게 잡아도 손해 볼 건 없기 때문이다.
3년을 채운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쓰는 방법이 이른바 풍차 돌리기다. 3년 지나고 비과세 혜택을 챙긴 다음, 해지하고 새 계좌를 다시 만드는 것이다.
ISA 계좌 하나의 납입 한도는 1억 원이다. 매년 2천만 원씩 5년을 채워야 꽉 찬다.

그런데 굳이 5년을 다 채울 필요 없이, 3년째에 6천만 원을 넣은 상태에서 해지하고, 다시 새 계좌를 만들어서 또 2천만 원씩 넣는 방식으로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해지한 돈을 다시 넣으면 되냐는 질문도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가능하다. ISA는 해지 후 재가입하면 동일하게 새 한도가 생긴다.
평생 1억만 투자할 수 있다는 오해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하나의 계좌 한도가 1억이라는 뜻이지, 해지하고 새 계좌를 열면 다시 1억을 채워 넣을 수 있다.
해지 vs 유지, 뭐가 더 이득일까?
사실 이게 제일 궁금한 부분이다. 직접 숫자로 정리해보면 생각이 좀 더 명확해진다.
일반형 기준으로 200만 원 비과세 혜택의 실제 세금 절감액은 30만 8천 원이다. 200만 원의 15.4%가 그냥 안 나가는 거니까, 3년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의 최대치가 30만 8천 원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금액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3년마다 해지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유리한 경우가 있다. 해지한 자금을 연금저축이나 IRP 같은 연금 계좌로 이전하면 추가 세액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ISA에서 번 수익이 연금 계좌로 넘어가면서 절세 효과가 훨씬 커진다.
반면에 계속 해지하지 않고 ISA 안에서 굴리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수익이 쌓여도 종합소득세나 건강보험료 부담이 생기지 않는다.
수익에 붙는 세율도 9.9%로 낮고, 원금에 해당하는 1억 원은 언제든 세금 없이 뺄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해지보다 유지가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단,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 연간 2천만 원을 넘어가는 수준이 되면 ISA 계좌를 새로 만들 수 없게 된다.
그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해지하지 않고 계속 굴리는 게 더 유리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연금 계좌를 키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3년마다 해지해서 연금 계좌로 이전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수익이 200만 원이 안 됐더라도 연금 이전 목적이라면 해지가 오히려 이득인 경우도 있다.
당장 노후 자금보다는 유동성이 필요하거나, 종합소득세와 건보료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ISA를 해지하지 않고 장기간 유지하는 방법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여유 자금이 넉넉해서 계속 새로 넣을 수 있다면 3년마다 해지 → 연금 이전 → 재가입을 반복하는 방식이 세금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본다.
어떤 전략이든 먼저 내가 이 돈을 언제, 어떻게 쓸지를 먼저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금 절약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재무 상황과 목표에 맞지 않는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ISA는 잘 활용하면 꽤 쓸만한 절세 도구다. 그냥 넣어두는 계좌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운영할수록 더 많은 걸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