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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퇴직연금, 그냥 두면 진짜 손해다


퇴직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들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중에 한꺼번에 받는 돈 정도로만 인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묶여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귀찮아서 내버려두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꽤 큰 실수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되어 있다. 그런데 그게 DB형인지 DC형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심지어 주식 투자는 매일 들여다보면서 정작 자기 퇴직연금이 어떤 상품에 들어있는지 한 번도 확인 안 해본 사람도 있다.

DB는 확정급여형이다. 회사가 알아서 굴리고, 나는 퇴직할 때 정해진 금액을 받는 방식이다.

DC는 확정기여형이다.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내 계좌에 넣어주고, 그 돈을 내가 직접 굴리는 구조다.

어떤 게 더 유리하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회사에서 임원까지 올라가기 어렵고, 연봉 상승폭도 크지 않을 것 같다면 DC가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DB는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급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연봉이 계속 오르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반면 DC는 지금 당장 내 계좌에 들어온 돈을 내가 굴리기 때문에 시간이 쌓일수록 복리 효과가 커진다.

방치가 곧 손실이다.

문제는 DC형에 가입되어 있으면서도 아무 운용도 안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냥 기본 원리금보장 상품에 묶여서 연 1~2%짜리 이자만 받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식 계좌에 넣은 돈 100만 원은 매일 들여다보면서, 퇴직연금에 쌓인 수천만 원은 수년째 방치한다. 어떻게 보면 앞뒤가 바뀐 것이다. 규모로 따지면 퇴직연금이 훨씬 큰 자산인데, 관심은 오히려 더 적다.

DC형 계좌는 직접 ETF 같은 상품을 골라서 투자할 수 있다. 물론 퇴직연금 특성상 위험자산에 70%까지만 넣을 수 있고, 나머지 30%는 안전자산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그 범위 안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직접 운용해 본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실제로 어떻게 운용하는 사람들이 있나?

DC형 퇴직연금을 직접 굴리는 사람들은 보통 이런 식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한다.

위험자산 70% 안에서 나스닥100 추종 ETF, 미국 빅테크 관련 ETF, 국내 대형주 ETF 등을 섞고, 나머지 30%는 미국 국채 커버드콜이나 채권형 상품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이게 정답은 아니지만, 핵심은 그냥 기본 상품에 방치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

실제로 DC로 전환한 뒤 5개월 만에 2천5백만 원이 늘었다는 경험담도 있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방치했을 때와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벌어진다.

주변에서 DC 전환을 권유받았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이 있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나는 주식 체질이 아니다, 원금 깎이면 어떡하냐는 말들이다.

이 말들이 틀린 건 아니다. 투자에는 분명히 리스크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는 게 있다. 지금 1~2%짜리 원리금보장 상품에 수천만 원을 묶어두는 것도 일종의 손실이라는 점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수익률이 그 속도를 못 따라가면, 실질적으로는 돈이 줄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DC 전환, 타이밍 고민보다 실행이 먼저다.

언제 전환하는 게 좋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빠를수록 좋다.

한 가지 실용적인 팁이 있다면, DB에서 DC로 전환할 경우 퇴직금 산정 기준이 전환 시점의 3개월 평균 급여가 되기 때문에, 잔업이나 특근이 많은 시기를 골라 전환하면 초기 납입금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큰 차이는 아닐 수 있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단, 직급 상승이나 연봉 인상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DB가 더 유리할 수 있다.

회사에 오래, 꾸준히 다닐 수 있는 환경이고 임원 가능성도 있다면 DB와 DC 중 어느 게 나은지 먼저 계산해보는 것이 순서다.

연금저축, IRP보다 퇴직연금이 먼저인 이유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연금저축이나 IRP 납입을 서두른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런데 퇴직연금은 그보다 더 큰 세제 혜택이 있다.

운용 수익에 대한 세금이 퇴직할 때까지 이연되고, 연금 형태로 받으면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규모 자체도 연금저축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 이 부분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간과하기 쉽다.

핵심은 순서다. 퇴직연금을 먼저 잘 정비하고 나서, 나머지 연금저축이나 ISA를 챙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노후 준비 순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시간이 전부다.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복리라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그 복리는 시간이 길수록 힘을 발휘한다. 퇴직연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수익률이 몇 퍼센트냐보다, 얼마나 일찍 시작했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된다.

10년 후에 그때 시작할걸 하고 후회하는 것과, 지금 당장 계좌를 한 번 들여다보는 것 중 어느 게 더 나은 선택인지는 누구나 안다. 알면서도 안 하는 게 문제다.

퇴직연금 계좌,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언제인가! 오늘 한 번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시작이 된다.

이 글은 특정 금융상품의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니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운용 방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자신의 근무 환경과 재무 상황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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