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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콜 ETF, 은퇴자에게 맞는 투자일까?

  • 기준

커버드콜 ETF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반응은 두 가지였다.

이거 괜찮은 거 아니야?와 어, 근데 제 살 깎아먹는 구조 아닌가?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어느 쪽도 완전히 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결론은 단순하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본주 ETF)의 상승분을 일부 포기하고, 그 대신 옵션을 팔아서 분배금을 받는 구조다.

시장이 꾸준히 오르는 상승장에서는 당연히 본주가 이긴다. 이건 반박하기 어렵다.

실제로 KODEX 200과 KODEX 200 커버드콜을 같은 기간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구간에서 본주의 총수익률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도 있다. 데이터는 명확한 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수익률이 전부인가?

투자는 숫자 게임이지만, 그 숫자를 실제로 버텨내는 건 사람의 심리다. 아무리 좋은 상품도 중간에 팔아버리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매도 버튼을 누른다.

은퇴자에게 매도가 왜 그토록 어려운가?

젊은 직장인이 ETF에 투자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주가가 30% 빠졌다.

힘들긴 하지만, 매달 월급이 들어오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라고 느끼기도 한다.

반면 은퇴자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다음 달 생활비가 필요하다. 지금 주가가 빠진 상태에서 본주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건 단순히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금 자체가 쪼그라드는 경험이다.

이걸 매달 반복해야 한다면, 멘탈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커버드콜이 주목받는 핵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주가 등락과 상관없이, 때가 되면 분배금이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은퇴자에게는 일종의 심리적 안전망이 된다.

기초자산이 오르든 내리든, 이번 달 생활비는 나온다는 확신…

이게 수익률 몇 퍼센트 차이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커버드콜이 만능은 아니다.

커버드콜을 옹호하는 입장만 있는 건 아니다. 몇 가지 구조적인 약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들어가야 한다.

첫 번째는 분배금이 고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커버드콜의 분배금은 기초자산 가격과 연동되어 있다. 주가가 오르면 분배금도 늘고, 주가가 내리면 분배금도 줄어든다. 이달 480만 원이 나왔다고 해서 다음 달도 같은 금액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시장이 하락 추세에 접어들면 분배금이 300만 원대로 줄어드는 경우도 충분히 있다.

두 번째는 일반 배당주와의 차이점이다.

일반 고배당 주식은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구조를 갖는다.

그래서 주가가 어느 정도 빠졌을 때 자연스러운 하방 지지대 역할을 한다. 반면 커버드콜은 그 구조가 없다. 주가가 빠지면 분배금도 같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세 번째는 세금 문제다.

커버드콜의 분배금은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나뉜다.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배당 부분은 15.4% 세금이 붙고, 옵션을 팔아 발생한 부분은 현재 기준으로 세금이 없다.

국내 커버드콜 ETF 기준으로는 대략 과세 10%, 비과세 90% 정도 비율이지만, 이건 상품마다 다르고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다.

종합소득세나 지역 건강보험료 문제를 고려한다면, 절세 계좌(연금저축, IRP 등)를 활용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커버드콜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시장 환경이 있다.

바로 횡보장이다. 시장이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구간에서는 본주 ETF보다 커버드콜이 유리할 때가 많다.

상승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대신 받는 옵션 수익이 오히려 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나스닥이나 S&P500 같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시장에서는 커버드콜이 본주를 이기기 어렵다.

단, 하락장에서 저점마다 분할 매수를 잘 했다면, 결과적으로 본주보다 나은 성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건 운과 타이밍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정교하게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도, 실제 결과는 항상 다르다.

경쟁사가 예상치 못한 신제품을 냈거나, 반대로 품질 문제를 일으켰거나, 전쟁이 터졌거나, 팬데믹이 왔다. 변수는 매번 예상을 비껴간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는 과거의 평균이고, 미래는 그 평균과 다른 방향으로 튈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그렇다고 데이터를 무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데이터를 참고하되, 자신의 상황과 심리를 더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게 먼저라는 뜻이다.

은퇴 후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필요한 사람,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하락장에서 버티는 데 현금 수입이 심리적 버팀목이 되는 사람이라면 커버드콜은 단순히 수익률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있다.

반면 아직 자산 축적 단계에 있고 장기 복리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면, 커버드콜보다는 본주 ETF가 더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커버드콜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논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정답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분배금 수령 생활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다면, 적어도 2~3년은 소액이라도 직접 운영해보고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

숫자로만 공부하는 것과, 실제로 분배금이 통장에 들어오고 주가가 출렁이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주식 시장에서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커버드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그 ‘매도’라는 예술적 결정을 덜 해도 된다는 점이다. 적어도 매달 생활비 걱정 앞에서 억지로 매도 버튼을 누르는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다.

데이터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수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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