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 있다.
주상복합은 사지 마라.
그런데 막상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냥 어디서 들었다는 식이거나, 오래된 경험에서 비롯된 말인 경우가 많았다.
옛날 주상복합이 욕 먹었던 이유들
관리비가 비쌌다.
과거 주상복합은 상가와 주거 세대가 전기요금을 함께 묶어서 냈다. 상업용 전기요금이 주거용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그 부담이 주거 입주자에게까지 전가되는 구조였다.
같은 평수의 일반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눈에 띄게 더 나왔고, 이게 큰 불만 요소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최근 지어지는 주상복합들은 주거와 상가의 전기 부과 체계가 분리되어, 관리비 수준이 일반 아파트와 거의 비슷한 평당 7,000~8,000원 선까지 내려온 경우도 많다. 이 단점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실면적이 생각보다 좁았다.
예전 주상복합은 서비스 면적(발코니 등)이 일반 아파트보다 적었다. 같은 공급면적이라도 막상 입주하고 보면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좁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창문도 커튼월 방식이 많아서 환기나 보온 측면에서도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역시 최근 신축에서는 개선이 많이 이뤄졌다. 일반 아파트와 유사한 창문 구조를 채택하고, 발코니 확장도 가능한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경과 커뮤니티 공간이 부족했다.
주상복합은 상업지역에 건물을 올리는 구조라 부지 자체가 좁다. 그러다 보니 단지 안에 산책길, 녹지, 놀이터, 주민 운동시설 같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다.
규모가 작을수록 이 문제는 더 심하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이 부분이 꽤 크게 느껴진다.
세대 수가 500세대 이상만 되어도 국공립 어린이집, 주민 운동시설, 작은 도서관, 층간소음관리위원회 등 각종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생긴다.
반대로 말하면, 그 이하 규모에서는 이런 시설들이 없거나 부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상복합을 볼 때 세대 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데, 지금도 주상복합이 문제인 이유가 있다.
단점이 많이 없어졌다고 해서 주상복합이 아파트와 완전히 대등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유효한 문제가 있다.
토지지분이 적다. 이게 핵심이다.
부동산의 가치는 결국 땅값이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낡고 가치가 줄지만, 땅은 그렇지 않다. 재건축을 생각할 때도, 장기적인 시세를 생각할 때도 중요한 건 한 세대가 얼마만큼의 토지 지분을 가지느냐다.
주상복합은 용적률이 매우 높다.
같은 면적의 땅에 훨씬 더 많은 세대를 쌓아 올리는 구조다.
예를 들어 용적률이 1,000%인 주상복합과 200%인 일반 아파트를 비교해보면, 같은 전용 33평을 소유하더라도 아파트 거주자가 주상복합 거주자보다 훨씬 넓은 토지를 가지는 셈이 된다. 수치가 5배 차이라면, 아파트 쪽이 땅을 5배 더 보유하는 구조다.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를 예로 들면, 이 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한때 시대를 앞선 건물로 꼽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일반 아파트들과 시세 격차가 생겼다. 타워팰리스 40평형이 30억 선에 머물 때, 같은 동네 일반 아파트 40평대는 45억을 넘어서는 사례도 나타났다.
타워팰리스는 현재 세 개의 차(次)로 나뉘어 있다.
1차(서울 강남구 도곡동 467, 도로명: 언주로30길 56), 2차(서울 강남구 도곡동 467-17, 도로명: 언주로30길 57), 3차(서울 강남구 도곡동 467-29, 도로명: 언주로30길 26)가 각각 별개 단지로 도곡역 인근에 위치한다.
재건축이 사실상 어렵다.
용적률이 높다는 말은 재건축 사업성이 낮다는 말이기도 하다. 재건축은 기존보다 더 많은 세대를 올려서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이미 용적률을 꽉 채운 주상복합은 더 올릴 여지가 없다. 그러니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이를 두고 주상복합만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1990년대 이후 지어진 일반 아파트들도 이미 용적률을 많이 사용한 경우가 많아서, 사업성 없는 재건축 불가 단지는 아파트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기준으로 신축 30층 이상 아파트나 주상복합은 재건축이 어렵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상업지역 특성상 주거 환경의 한계
주상복합은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에 지어진다. 이 때문에 일조권, 유해시설 제한 같은 규정이 주거지역 기준이 아니라 상업지역 기준을 따른다.
앞에 상업용 건물이 들어서거나 도로변 소음과 매연에 노출되는 환경은 감수해야 한다. 뷰도 중요한데, 본인이 살 층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향후 다른 건물로 막히지 않을지 지적도까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그럼 주상복합은 사도 될까?
답은 조건에 따라 다르다이다. 그리고 그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다.
입지가 압도적으로 좋아야 한다.
주상복합은 상업지역에 지어지기 때문에 애초에 역세권이나 주요 상권 한복판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입지 자체가 뛰어난 경우, 토지지분 열세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실제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를 보면, 시세 상위권 단지들 상당수가 주상복합이다.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2435, 범어동 179번지)나 수성범어W(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2436, 범어동 2291번지)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들이 시세를 방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주상복합이어서가 아니라, 대구에서 손꼽히는 명품 입지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수성범어W는 최고 59층 5개 동, 총 1,340세대 규모의 대구 최고층 주상복합으로, 2023년 12월 입주를 시작했다.
같은 입지에 일반 아파트가 있었다면 시세가 더 높았을 수도 있지만, 그만한 입지에 대단지 신축이 주상복합밖에 없다는 현실도 있다.

반대로 입지가 평범하거나, 역세권도 아니고 상권도 특별하지 않은 자리에 지어진 소규모 나홀로 주상복합은 신축 프리미엄이 빠지고 나면 가격 방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세대 수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
앞서 말한 생활편의시설 설치 의무 기준 때문에, 최소 300세대, 가능하면 500세대 이상 단지를 보는 것이 낫다.
세대 수가 너무 적으면 거래 자체가 드물어서 시세 파악도 어렵고, 팔고 싶을 때 제때 팔기 힘든 환금성 문제도 생긴다. 대단지일수록 매매 회전율도 높고 가격 형성도 안정적이다.
실거주가 목적이라면 주상복합도 충분하다.
편의성 면에서 보면 주상복합은 확실히 강점이 있다. 상가가 건물 안이나 바로 아래에 있어서 생활이 편리하고, 방음도 일반 아파트보다 잘 되는 편이라는 이야기도 많다.
고층에서의 뷰는 일반 아파트에서 누리기 힘든 경험이기도 하다. 단기간 거주나 1~2인 가구, 직주근접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주상복합이 오히려 더 맞는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주상복합보다 조경과 커뮤니티 공간이 갖춰진 일반 아파트 단지를 먼저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서울과 지방은 다르다.
서울에서는 주상복합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대장은 거의 항상 일반 아파트다.
반포의 래미안원베일리(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333, 반포동 1번지), 강남, 잠실의 주요 단지들이 모두 일반 아파트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같은 가격, 같은 입지라면 서울에서는 아파트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지방은 또 다르다. 대구의 경우 좋은 입지에 대규모 신축 일반 아파트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핵심 입지의 주상복합이 실질적인 시세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를 두고 서울의 기준을 그대로 대입하면 오판할 수 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해운대 등 인기 지역에서는 주상복합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다.
주상복합이냐 아파트냐는 사실 두 번째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그 땅이 얼마나 좋은가”다.
같은 입지라면 일반 아파트가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이건 서울이든 지방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단, 그 입지에 일반 아파트가 없고 주상복합밖에 없다면, 그 주상복합의 가치는 입지에서 나온다.
주상복합을 고려할 때 체크해야 할 기준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 세대 수는 500세대 이상이 안정적이다.
- 입지는 역세권이거나 핵심 상권이어야 한다.
- 앞쪽 뷰가 막힐 가능성이 있는지 지적도를 확인한다.
- 관리비 부과 방식이 주거와 상가가 분리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 저층이나 북향, 막힌 뷰 물건은 피한다.
- 나홀로 소규모 단지는 피한다.
주상복합은 사지 말라는 말은 시대와 조건을 무시한 채 무조건 따라야 할 규칙이 아니다. 그 말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고, 지금의 기준에 맞춰 따져보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이다.
이 글은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시장의 다양한 관점 중 하나로 참고만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