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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현대기아 전기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리는 이유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거주하는 한 교민이 동네 분위기를 전한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 동네 기준으로 전기차를 타는 이웃들을 보면 10대 중 약 5대가 현대·기아차이고, 테슬라가 4대, 나머지 1대 정도가 기타 브랜드라고 한다.

물론 여기엔 이유가 있다. 조지아주에는 현대차 전기차 생산 공장이 들어서 있어서 지역 경제와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현대기아를 거의 자국 브랜드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단순히 한국 차를 사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 차를 사는 느낌에 가깝다는 것이다.

전국 통계로는 2025년 말 기준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테슬라 약 58만 대, 현기 약 10만 대 수준이라 10대 중 5대라는 비율은 조지아라는 특수한 지역의 이야기이긴 하다. 그러나 이 지역 현상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 하면 여전히 가성비 차, 실용차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내연기관 시절에 굳어진 인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전기차로 넘어오면서 이 공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미국 내 생산이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결정적으로는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과 V2L(차량에서 전기를 뽑아 쓰는 기능) 덕분에 프리미엄 차와 동급 혹은 대안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미국은 장거리 이동이 일상인 나라다. 차가 없으면 살기 힘들고, 충전 한 번에 얼마나 빠르게 채울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지점에서 현기차의 800V 시스템이 경쟁력을 발휘한 것이다. 벤츠나 BMW조차 2022년에 와서야 도입하기 시작한 기술을 현대·기아는 그보다 앞서 대중차에 적용했다는 점이 해외에서 높게 평가받는 이유다.

백인 중산층 이상이 현기 전기차를 많이 탄다는 현지 관찰도 있었다. 과거 내연차 시절 이미지와는 확실히 달라진 풍경이다.

한국에서는 왜 다를까?

같은 차인데 해외에서는 프리미엄 대접을 받고, 국내에서는 유독 비판이 많은 현상이 흥미롭다.

한 가지 요인으로는 유튜브 기반의 자동차 콘텐츠 문화를 꼽을 수 있다고 본다.

부정적인 내용일수록 조회수가 잘 나오는 구조 때문에, 국산 전기차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콘텐츠보다는 단점을 부각하는 영상이 더 많이 퍼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V2L이 가능한 수입 전기차가 몇 대나 되는지, 전비는 어떤지를 따져보면 국산차가 실제로는 경쟁력이 있는데도 말이다.

보조금 논란도 마찬가지다. 국산차에 보조금을 몰아주면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수입차 보조금을 줄이면 또 논란이 된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욕을 먹는 구조다.

일본에서 토요타가 욕을 먹으면서도 판매 1위를 유지하는 것처럼, 비판과 판매량은 별개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한국에서 현기차를 향한 비판이 많다고 해서 그게 곧 차의 실제 품질이나 해외 경쟁력을 반영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현기 전기차의 고질적 결함으로 알려진 ICCU(통합충전제어장치) 이슈도 미국에서는 다르게 처리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 결함이 주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함으로 인정돼 일정 조건 충족 시 전액 환불이나 교환이 가능한 구조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ICCU 터지면 오히려 로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나게 타다가 문제가 생기면 환불을 선택할 수 있으니 터지기 전까지는 부담 없이 탄다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수리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비교가 나왔다. 소비자 보호 기준의 차이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미국의 레몬법 적용 조건이 마냥 쉬운 건 아니고, 한국에도 레몬법이 존재하긴 한다. 다만 현실적인 운용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미국이라고 해서 어디서나 현기차가 많은 건 아니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나 LA에서는 전기차의 90% 가까이가 테슬라라는 경험담도 있었다. 서부와 동남부 지역은 분위기가 꽤 다르다.

거리 전체로 보면 여전히 테슬라가 압도적이다. 현기차가 잘 보인다는 건 특정 지역, 특히 공장이 있는 조지아 일대 이야기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에서도 10대 중 3~4대가 현기차이고 일본차는 거의 안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지역마다 반응이 다양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대·기아 전기차는 하드웨어 면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해외에서는 공고하다.

800V 시스템, V2L, 넉넉한 실내공간, 합리적인 가격 등이 결합해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프리미엄 포지션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판은 개선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실제 해외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프트웨어 완성도, 내수와 수출의 서비스 차이, 소비자 보호 정책 등에서 갈 길이 남아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인정하고, 부족한 것은 계속 요구하는 것. 그게 결국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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