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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뜯어말리는 사람 vs 강력 추천하는 사람

  • 기준

전기차에 관심이 생긴 건 꽤 됐다. 특히 EV6 같은 모델은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성능 면에서도 끌리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주변에 전기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이야기를 꺼냈더니,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부모님부터 시작해서 가까운 어른들까지, 한 분도 빠짐없이 뜯어말리는 분위기였다.

처음엔 그냥 세대 차이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보니 단순한 잔소리가 아닌, 꽤 현실적인 지적들도 섞여 있었다.

말리는 이유 중에는 틀렸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것들이 분명히 있었다.

연간 주행거리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 해에 많아야 1만 2천 킬로미터 정도를 타는 경우라면, 전기차로 넘어가도 연료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계산해보면 아반떼급 휘발유 차와 비교했을 때 1년에 아낄 수 있는 주유비가 100만 원 안팎이고, 10년을 타도 1,2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EV6 같은 전기차는 출고가 자체가 훨씬 높으니, 단순히 연료비 절감만 따지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건 사실 꽤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연간 3만 킬로미터 이상을 달린다면 전기차가 확실히 유리하다. 2만 킬로 수준이면 하이브리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1만 킬로 안팎이라면 솔직히 일반 휘발유 차로도 충분하다는 게 전기차 오너들 사이에서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감가 문제도 무시하기 어렵다. 전기차는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신차가 나올수록 이전 모델의 중고차 가치가 빠르게 떨어진다.

물론 내연기관차도 감가가 있지만, 전기차는 그 속도가 더 가파른 편이다. 5년 후에 팔았을 때 얼마나 건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은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충전 인프라는 진짜 현실 문제다. 평일 집과 직장 근처에서 완속 충전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크게 불편할 일이 없다.

하지만 주말에 장거리를 달리거나 아파트에 전기차가 많아진 경우, 집밥 충전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실제로 겪어봐야 안다. 충전 상황에 늘 변수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내연기관차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주유소에서는 그런 신경을 쓸 일이 없다.

하지만 과장되거나 틀린 걱정도 많다.

반면 말리는 이유 중에는 전기차를 실제로 타본 적 없는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에서 비롯된 것도 꽤 많다고 느꼈다.

‘배터리 고장나면 차값 나간다’는 말은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실제로 EV6 기준으로 배터리는 10년 또는 16만 킬로미터까지 보증이 된다.

실사용자들 중에 배터리 때문에 수백만 원이 나갔다는 사례는 드문 편이고, 소소한 고장은 있어도 그게 전기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연기관차도 엔진, 변속기, 기타 부품 수리비가 만만치 않다.

움직이는 관짝이라는 표현은 화재 사고가 있을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전기차 화재가 진압하기 어렵다는 건 사실이지만, 화재 발생 빈도 자체는 내연기관차보다 높지 않다. 오히려 방어 운전과 안전 습관이 더 중요한 문제다.

‘곧 혜택 다 없어진다’는 말도 반쪽짜리 사실이다.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전기차를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정책이 가기는 어렵다. 탄소 감축 목표가 있는 한, 충전 인프라나 전기세 혜택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집밥, 회삿밥 완속충전 환경이 갖춰진 사람이라면 지금도 충분히 장점이 있다.

말리는 사람은 대부분 안 타본 사람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패턴이 있다. 뜯어말리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전기차를 직접 타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기차 오너들 중에는 사라고 적극 권하는 사람은 있어도, 뜯어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오너들의 말을 무조건 믿으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 전기차에서 내연기관차로 돌아온 사례도 있고, 그 선택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

전기차가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니다. 배터리 잔량이 50%만 내려가도 불안한 심리, 항상 만충을 해두고 싶은 조바심, 장거리 충전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다면 전기차는 맞지 않는다.

하이브리드가 쏘렌토 한 달에 1만 대씩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기차의 장점을 알면서도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더 잘 맞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 판단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결국 기준은 내가 왜 전기차에 끌리는가다.

돈만 보면 연간 1만 2천 킬로미터 수준에서 전기차는 경제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이건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차를 사는 이유가 연료비 절감 하나만은 아니다.

전기차를 한 번이라도 타봤다면 알겠지만, 밟았을 때 치고 나가는 느낌, 실내 소음이 거의 없는 정숙함, 공회전 없이 주차 상태에서도 에어컨이나 히터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차에 신경 쓸 일이 내연차보다 훨씬 적다는 점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만족감을 준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생각한다. 그게 뭐가 좋냐, 배터리도 금방 닳고, 비싸기만 하다는 말이 많았다. 지금은 어떤가. 전기차도 지금 그 변곡점 어딘가에 있다고 본다.

2016년에 하이브리드를 샀을 때도 똑같은 말들이 쏟아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때 ‘아직 기술력도 그렇고 시기상조’라는 말을 들었던 하이브리드는 이제 가장 대중적인 선택지가 됐다.

지금 전기차를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연간 주행거리가 1만 2천 킬로미터 이하라면 경제성만 따졌을 때 전기차는 아직 최선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충전 환경이 집과 직장에서 모두 갖춰져 있고, 조용한 주행감이나 편의성에 매력을 느낀다면, 그 판단은 개인이 내려야 하는 문제다.

굳이 지금 당장 구매한다면, 신차 EV6보다는 배터리 보증이 남아 있는 중고 전기차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가격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감가에 대한 리스크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기차를 사려는 본인의 이유가 뚜렷하다면 주변의 걱정에 지나치게 흔들릴 필요는 없다. 돈을 보태주는 것도 아닌데 결정에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면, 나중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소신 있게 결정하되, 단 그 결정이 자신의 생활 패턴과 예산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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