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후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현금 7억을 모았고, 여기에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로 최대 6억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총 13억이라는 실탄을 손에 쥐게 된 부부의 이야기.
문제는 이 13억을 어디에 써야 하느냐였다.
선택지는 명확히 두 갈래로 갈렸다.
하나는 이 돈을 모두 끌어모아 서울 안에 있는 13억짜리 구축 아파트를 사서 바로 들어가 사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구성남(성남 원도심) 재개발 물건을 사두고 당분간 부모님 댁에 들어가 살면서 10년 가까이 몸테크를 하는 것이었다.
선택지 1 — 서울 구축, 지금 당장의 안정을 산다.
서울 구축을 선택하는 쪽은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거주 안정을 우선순위에 둔 경우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학군이나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서 흔들림 없이 정착하는 것 자체가 큰 가치를 지닌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처럼 사업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변수에 기대지 않아도 되고, 서울이라는 입지 자체가 시간이 지나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이 선택에는 뚜렷한 한계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진 자금을 모두 쏟아붓는 구조이다 보니, 이후 추가로 자산을 불릴 실탄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30대 후반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자산 증식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올 법하다. 결국 이 선택은 ‘완재품을 사서 더 이상의 리스크를 지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다고 본다.
선택지 2 — 구성남 재개발, 시간을 자산으로 바꾸는 베팅
두 번째 선택지인 구성남 재개발 투자는 성남 원도심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 특히 신흥1구역이나 수진1구역 같은 곳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이 지역들의 특징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신흥1구역은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4900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지하철 8호선 수진역과 신흥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이다.
사업 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며 2020년 정비구역 지정, 2021년 시행자 지정, 2022년 시공사 선정(GS건설·DL이앤씨·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을 거쳐 최근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마쳤다.
완공 시 3,754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며,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이주, 착공까지는 앞으로도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수진1구역은 수정구 수진동 963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신흥1구역과 함께 성남 원도심 재개발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이곳 역시 LH가 시행을 맡고 있고 4,844세대 규모의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두 구역이 나란히 개발되면서 완공 이후에는 합쳐서 1만 세대에 가까운 대규모 주거벨트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재개발 물건을 매수해 몸테크를 하는 전략의 핵심은 ‘아이가 어릴 때가 아니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는 판단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에 접어들면 거주 안정성이 훨씬 중요해지기 때문에, 육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금이야말로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는 논리다. 다만 이 전략에는 명확한 리스크도 따른다.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단계를 지난 구역은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지만, 재개발은 원래 사이클 자체가 길다. 착공까지 10년, 입주까지는 12~15년을 내다봐야 하는 경우가 흔하고, 그 사이 공사비 상승이나 조합원 분담금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실제로 이 두 구역에서도 조합원 분양가를 둘러싼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테크 기간, 어디서 버틸 것인가?
재개발을 선택한다면 매수 이후 준공까지의 공백 기간을 어떻게 메울지가 또 다른 숙제가 된다. 부모님 댁에 들어가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가장 유리하지만, 성인이 된 자녀 입장에서 이 결정을 실행에 옮기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실제로 비슷한 선택을 해본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반전세나 월세로 다른 지역을 전전하며 버티는 것이 이론보다 훨씬 고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공백기를 메우는 대안으로는 몇 가지 방향이 거론된다.
첫째는 매수한 재개발 구역과 가까운 곳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전월세를 구해 버티는 방법이다.
둘째는 직장 접근성을 기준으로 하남 미사, 구리, 광명처럼 준신축이나 신축 갭투자가 아직 가능한 지역을 반전세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하남 미사는 예산 대비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준수해 아이를 키우기에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고, 구리는 투기과열지구가 아니라서 미리 갭으로 매수해 전세를 놓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셋째는 아예 다른 재개발 초기 단계 지역, 이를테면 사당이나 상도동 일대의 정비구역에 신축급 빌라를 매수해 2년 실거주 후 전세를 놓고 친정이나 시가 근처로 옮기는 방식이다.
이 경우 미래 입지 가치는 사당·상도가 구성남보다 높게 평가되지만, 지금 진입하면 완공까지 최소 10년, 길게는 15년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몸테크 기간의 총량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관점은 분당 재건축 카드였다. 13억이라는 예산으로는 작은 평수밖에 노릴 수 없지만, 분당이라는 입지 자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다만 직장과의 거리가 맞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는 한계도 있다.
이 사례를 곱씹어보면 결국 핵심 변수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고 생각한다.
나이, 보유 자금의 여유, 그리고 아이의 나이다.
나이가 40대에 가깝고 종잣돈에 여유가 있다면 굳이 불확실성을 떠안기보다 서울 구축을 매수해 실거주 안정을 확보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반대로 30대 초반이고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지금이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관점에서 재개발 몸테크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시각도 상당했다.
30대 후반이라는 나이는 이 두 기준 사이에서 애매하게 걸쳐 있는 지점이라, 사람마다 조언이 크게 갈렸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재개발 투자를 선택하더라도 이미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단계를 지난 구역이라면 초기 재개발에 비해 사업 좌초 리스크는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LH 같은 공공기관이 시행자로 참여하는 구역은 민간 조합 방식보다 사업 추진 속도와 안정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매매가도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싸게 사서 크게 버는’ 재개발 투자의 매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정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본다. 당장의 거주 안정을 살 것인가, 시간을 견디는 대가로 미래의 시세차익을 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가 처한 자금 사정과 가족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함을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 자신의 성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시장의 다양한 관점 중 하나로 참고만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