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층수가 비슷하고 가격대도 거의 같은데, 완전히 다른 성격의 두 가지 매물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는 조망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신 엘리베이터가 1대뿐인 라인이고, 다른 하나는 동과 동 사이를 바라보는 다소 답답한 조망이지만 엘리베이터가 2대인 라인이다.
30층 안팎의 고층 단지라면 이 두 가지 차이는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생활의 질과 나중에 집을 팔 때의 가치까지 갈라놓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구조는 보통 판상형에서 많이 나온다. 한 라인에 세대가 많지 않고 좌우로 창이 트여 있어서 조망이 시원하게 나오는 대신, 엘리베이터를 2대 넣을 만한 공간적 여유가 없어서 1대만 배치되는 경우가 흔하다.
장점은 명확하다. 창밖으로 막힘 없는 풍경이 매일 보인다는 것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크고, 특히 나중에 집을 내놓을 때 매수자 입장에서도 조망이 좋은 집은 한눈에 마음이 끌리기 쉽다.
부동산 시장에서 소위 ‘뻥뷰’라고 불리는 집이 상대적으로 손이 빨리 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실거주에서 나온다. 30층 넘는 고층에서 엘리베이터가 1대뿐이면 출퇴근 시간대처럼 이용이 몰리는 시간에는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집을 나서면서 두고 온 물건이 생각나 다시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만으로도 20분 가까이 날아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이사나 큰 짐을 옮길 때, 택배가 몰리는 날, 중고거래로 누군가 집 앞까지 찾아오는 상황에서도 엘리베이터 한 대로는 감당이 안 되는 순간이 반복된다.
세대수가 많은 라인일수록 이런 불편은 더 심해지는데, 한 라인에 세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엘리베이터 한 대가 감당해야 할 사람 수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동과 동 사이를 바라보는 조망은 매일 보기에 다소 심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조량까지 아쉬울 수 있다.
이런 구조는 보통 타워형에서 많이 나오는데, 한 라인에 엘리베이터 두 대가 들어갈 공간이 확보되는 대신 조망은 사방이 트인 판상형만큼 나오기 어렵다.
대신 실거주 편의성에서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고, 한 대가 점검 중이거나 이사 등으로 묶여 있어도 다른 한 대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여유가 생긴다.
주차 공간을 두고도 큰 스트레스가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엘리베이터 대수가 넉넉한 단지일수록 전체적인 세대 동선 자체가 여유롭게 설계된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매도할 때는 뷰가 좋은 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매력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결국 실거주냐 투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이 문제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집을 바라보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거주가 우선이라면 매일 반복되는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과 생활 스트레스가 조망이 주는 만족감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언젠가 매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매수자 입장에서 더 직관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쪽은 조망이 좋은 집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개개인의 생활 패턴도 변수로 작용한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식으로 남들과 다른 시간대에 움직인다면 엘리베이터가 1대여도 크게 불편함을 못 느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대에 맞춰 움직이는 생활 패턴이라면 엘리베이터 한 대로는 매일 도를 닦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몇 가지 기준을 정리해보면 이런 고민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세대수 대비 엘리베이터 대수: 한 라인의 세대수가 지나치게 많은데 엘리베이터가 1대뿐이라면 체감 불편이 커진다. 대략 세대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엘리베이터 한 대로는 부담스럽다는 게 중론이다.
건물 층수: 층수가 높아질수록 엘리베이터 대수의 영향이 커진다. 20층대 이상부터는 체감 차이가 뚜렷해지고, 35층을 넘어가는 초고층이라면 그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구조 형태: 판상형인지 타워형인지에 따라 애초에 엘리베이터 배치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구조를 먼저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조망의 정도: 같은 ‘사이 조망’이라도 완전히 막힌 벽뷰에 가까운지, 절반 이상 트인 사이뷰인지에 따라 만족도 차이가 크다.
엘리베이터 속도: 최근 신축 단지는 엘리베이터 속도 자체가 빨라진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느린 엘리베이터 2대보다 빠른 엘리베이터 1대가 더 낫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수만 볼 게 아니라 속도까지 함께 살펴보는 게 좋다.
정리해보면 이 문제에 명확한 정답은 없다고 본다.
조망과 엘리베이터 편의성 중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결국 그 집에서 얼마나 오래 실거주할 계획인지, 앞으로 매도 시점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그리고 본인의 생활 패턴이 출퇴근 혼잡 시간대와 얼마나 맞물리는지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단지, 같은 가격대의 집을 고를 때라도 이런 기준들을 하나씩 따져보고 결정한다면 후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며, 특정 아파트의 매매나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다. 부동산 가치와 선호도는 개인 상황과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