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과 반포, 두 동네를 두고 요즘처럼 말이 많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얼마 전 실거래가 자료를 우연히 훑어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축 아파트의 프리미엄이라는 게 생각보다 유효기간이 짧을 수도 있겠다는 것.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시간이 지나도 잘 무너지지 않는 오래된 입지값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는 입주한 지 4년 정도 된 신축이다.
84㎡ 기준으로 한때 72억까지 찍었던 매물이, 최근 계약분에서는 53억대까지 내려온 사례가 보였다. 최고가 대비 90% 안팎 수준이니 크게 빠진 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방향성이다.
신축 프리미엄이 붙어있을 때는 위로 열려있는 느낌이었는데, 요즘 흐름을 보면 그 프리미엄이 서서히 옅어지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반면 압구정동 신현대(현대9·11·12차)는 1982년에 지어진, 올해로 45년 차 아파트다.
복도식 구조에 엘리베이터도 낡았고, 외관만 보면 누가 봐도 재건축 대상이다. 그런데 108㎡(35평형) 기준으로 최근 거래가가 62억9천에 형성돼 있었다.
놀라운 건 이 가격이 원베일리 84㎡보다 오히려 비싸다는 점이다. 40년 넘은 복도식 아파트가 4년 된 초신축보다 비싸게 팔린다는 게,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참 생각해봤다.
결론은 이렇다. 반포와 압구정은 애초에 성격이 다른 자산이라는 것.
반포 아파트들, 특히 원베일리나 아크로리버파크, 반포자이 같은 단지는 지금 당장 살기 좋은 완성형 주거지에 가깝다.
실거주 만족도가 높고, 상권과 학군, 한강 접근성까지 이미 다 갖춰져 있다. 반면 압구정 신현대나 현대14차 같은 곳은 ‘앞으로 완성될 자산’에 가깝다.
지금은 낡았지만 재건축이라는 명확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고, 그 이벤트가 현실화되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돼 있는 셈이다.
재밌는 건 압구정 안에서도 온도차가 크다는 점이다.
같은 압구정 현대라도 현대3차 같은 곳은 대지지분이 워낙 적어서 82㎡(32평형)가 46억 수준에 거래됐다.
반면 현대8차(성수현대)는 111㎡(36평형)가 53억에 거래되는 등, 같은 압구정이라 해도 대지지분과 재건축 진행 속도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히 벌어진다.

그러니 압구정이라는 이름 하나로 뭉뚱그려서 반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좀 무리가 있는 접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반포 안에서도 단지별 온도차가 꽤 크다는 점이었다. 래미안 퍼스티지는 84㎡가 49억, 반포자이는 같은 평형이 47억 선이었다.
둘 다 2009년 준공으로 연식이 비슷한데도 원베일리와는 10억 넘게 차이가 났다. 결국 ‘반포’라는 지역 브랜드보다 신축이냐 구축이냐, 즉 연식 효과가 가격에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을 우열로 가르기보다는, 서로 다른 투자 성격을 가진 자산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반포는 지금 이 순간의 완성된 가치를 사는 곳이고, 압구정은 시간이 지나야 완성되는 미래가치를 미리 사는 곳이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본인이 실거주를 우선하는지 아니면 몇 년 뒤의 변화를 기다릴 여유가 있는지에 따라 선택이 갈릴 문제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신축이라는 타이틀이 영원한 프리미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원베일리도 몇 년 뒤 새로운 신축이 등장하면 지금의 신현대처럼 구축이 되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개인적으로도 꽤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개인마다 가치를 두는 기준이 상이한만큼 참고만 하고, 투자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