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 보면 아이오닉5나 EV6는 제법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아이오닉6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분명히 현대차가 공들여 만든 차인데, 왜 도로에서 이렇게 존재감이 없는 걸까?
첫 번째, 디자인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아이오닉6 얘기만 나오면 열에 여덟은 디자인 얘기를 먼저 꺼낸다.
단순히 별로다가 아니라 불호”라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한다. 유선형으로 쭉 빠진 실루엣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막상 실물을 보면 예상과 다르다는 반응이 많다.
흥미로운 건, 아이오닉6의 전신 격인 프로페시 컨셉카는 포르쉐를 연상시킬 만큼 세련된 디자인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양산차로 나오면서 실내 공간 확보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타협을 거듭한 결과, 스포티한 매력도 실용성도 어정쩡하게 된 느낌이 됐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셈이다.
물론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다.
실제로 디자인 때문에 오히려 희소성을 느끼고 구매했다는 오너들도 있다. 하지만 대중차 시장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디자인은 그 자체로 판매에 걸림돌이 된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두 번째, 가격 대비 실용성 계산이 안 맞는다.
가격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보조금을 받아도 5천만 원 안팎인데,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다는 게 문제다.
테슬라 모델3, 그리고 현대 자신이 내놓은 EV4까지 등장하면서 아이오닉6가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
특히 EV4와의 비교가 뼈아프다.
시승해본 사람들 중 상당수가 두 차 사이의 품질 차이가 천만 원 이상의 가격 차이를 정당화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저속에서의 승차감은 비슷하고, EV4가 오히려 방지턱을 넘는 느낌이 더 좋다는 평도 있다.
물론 고속 안정성이나 조용함은 아이오닉6가 앞서지만, 그 차이가 가격 차이만큼 크게 체감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수입차 시장과 비교하면 가격 구조 자체가 이상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SUV가 세단보다 비싸지만, 아이오닉6(세단)가 아이오닉5(SUV)보다 비싼 경우도 생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단이 왜 이렇게 비싸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세 번째, 트렁크와 실내 공간 문제…
전기차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실용성이다. 차박이나 캠핑 짐 싣기 같은 활용도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아이오닉6는 세단 특성상 트렁크 개구부가 작고 내부에 단차가 있어서 큰 짐을 싣기 어렵다.
심지어 더 작은 전기차보다 트렁크 적재 용량이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뒷좌석 헤드룸도 문제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지붕선을 낮추다 보니 뒷자리에 앉으면 머리가 닿을 것 같다는 불만이 꽤 있다.
패밀리카로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네 번째, 아이오닉5라는 강력한 형제가 있다.
어쩌면 가장 결정적인 이유일 수 있다.
같은 현대차 라인업 안에 아이오닉5라는 완성도 높은 SUV가 있다. 운전 편의성, 트렁크 공간, 탑승 편의성 모두 아이오닉5가 앞서고, 전비 하나만 아이오닉6가 낫다는 평가가 자주 나온다.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명확해지는 셈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SUV 선호도도 빼놓을 수 없다.
동일 가격대에서 세단보다 SUV를 먼저 보는 게 지금 시장의 흐름이다. 아이오닉6는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차종이다.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아이오닉6가 나쁜 차는 아니다.
고속 주행 안정성, 조용한 실내, 탁월한 전비, 세단 특유의 운전 감성은 이 차만의 강점이다.

실제로 구매한 오너들 중 만족도가 높은 경우도 많다. 디자인이 오히려 도로에서 눈에 띄지 않는 희소성으로 작용한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결국 아이오닉6의 문제는 차 자체의 품질이 아니라 포지셔닝에 있다고 본다.
스포티함도, 실용성도 반씩 가져오다 보니 어느 쪽에서도 완전한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넓은 공간이 필요하면 아이오닉5로 가고, 저렴하게 전기 세단을 원하면 EV4로 가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돈을 쓸 때 명분이 필요하고, 그 명분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오닉6는 아직 그 명분을 스스로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전면부 디자인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