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장 동쪽 끝의 고덕이랑, 이제 막 옷을 갈아입고 있는 구성남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이야기가 잊을 만하면 다시 나온다.
몇 년 전에도 한 번 크게 맞붙었던 주제인데, 그사이 성남 원도심에 새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다시 불이 붙은 모양이다. 마포, 위례, 천호와도 비교가 오가더니 이번에는 고덕 차례가 된 셈이다.
고덕은 이미 다 지어진 동네이고, 구성남은 지금 짓고 있는 동네다. 완성된 집과 공사 중인 집을 오늘 가격표 하나로만 비교하면, 서로 할 말이 끝없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고덕이 가진 것, 평지와 고른 동네 그리고 서울 주소
고덕지구는 고덕주공 아파트들을 통째로 다시 지어 만든 동네다. 고덕주공2단지 자리에 들어선 고덕 그라시움(4,932세대)은 2019년에, 3단지 자리의 고덕 아르테온(4,066세대)은 2020년에 입주했고, 시영아파트를 다시 지은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3,658세대)는 그보다 앞선 2016년 말에 완공됐다.
동네 전체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수준으로 바뀌다 보니 어느 단지에 가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직접 걸어보면 땅이 평평하고 길이 반듯하다는 게 먼저 느껴지는데, 이 ‘고른 동네라는 점이 고덕의 가장 큰 힘이라고 본다.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위치만 놓고 보면 서울 중심보다 미사·구리 쪽에 더 가깝고, 강남까지의 실제 거리도 생각보다 멀다. 그래도 주소가 서울이라는 점, 그리고 고덕 그라시움 국민평형이 20억 원대 중후반까지 이야기될 만큼 가격대가 이미 높게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성남이 따라오기엔 체급이 다르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반대로 구성남(성남 수정구·중원구 원도심)은 위치 이야기로 시작한다. 8호선 산성역에서 잠실까지 15분 남짓이면 닿고, 송파·위례·수서와 바로 붙어 있어서 지도만 보면 강남 접근성은 분당·판교 못지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쪽 반도체 벨트로 이어지는 길목이라는 점도 자주 언급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 좋은 위치에 걸맞은 새 아파트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 빈자리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신흥주공을 다시 지은 산성역 포레스티아(4,089세대)가 2020년에, 산성역 자이푸르지오(4,774세대)가 2023년에 입주했고, 금광동의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5,320세대)과 중앙동의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도 입주를 마쳤다.
여기에 산성역 바로 앞 산성역 헤리스톤(3,487세대)이 2027년 말, 신흥역과 지하로 이어지는 해링턴 스퀘어 신흥역(1,972세대)도 2027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산성대로를 따라 수진·신흥 일대 재개발 구역들이 그 뒤에 줄지어 서 있으니, 구성남은 아직 ‘완성률로 치면 절반에 못 미친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이 일대를 가격 기준으로 한 줄에 세워보는 시각도 있다.
고덕 그라시움이 맨 앞에 서고, 고덕 아르테온과 위례센트럴자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가 뒤를 잇는다.
입주 시점의 산성역 헤리스톤과 해링턴 스퀘어 신흥역, 위례래미안이편한세상이 비슷한 자리에 놓이고, 그다음이 산성역 포레스티아와 위례롯데캐슬, 이어서 산성역 자이푸르지오와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순이라는 식이다.
조금 더 크게 보면 판교와 정자가 맨 위, 고덕과 위례가 그 아래, 구성남이 다음이라는 그림도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줄의 가운데쯤에서 늘 다툼이 생긴다는 점이다.
산성역 헤리스톤 입주권이 17억 원 후반대에 거래됐다는 이야기를 두고, 한쪽에서는 대출이 거의 안 나오는 입주권을 그 값에 샀다는 건 현금을 크게 쥔 사람이 들어왔다는 뜻이라며 미래 가치를 높게 본 증거로 읽는다.
다른 쪽에서는 가격만 보면 되지 산 사람 주머니 사정까지 따질 일은 아니다라고 맞선다. 개인적으로는 두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한다.
같은 가격표라도 그 안에 들어간 현금의 무게가 다르면 시장이 그 단지를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는 신호인 건 맞다.
하지만 새 아파트 효과가 입주 뒤에도 그대로 가격으로 이어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산성역 포레스티아가 입주 후 유난히 튀지 않고 시장 흐름을 따라갔다는 지적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교통 이야기는 결국 9호선과 8호선의 대결로 흘러간다.
9호선 4단계 연장은 중앙보훈병원역에서 고덕역(5호선 환승)을 거쳐 고덕강일1지구까지 4개 역을 잇는 사업으로, 2028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강남·여의도 가는 길이 확 짧아지는 만큼 기대가 크지만, 공사가 이미 한창이라 기대감이 가격에 꽤 먼저 들어갔다는 시각도 있다.
덧붙이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쪽은 2024년에 연장 개통한 8호선 암사역사공원역도 1km 안쪽이라, 고덕이 8호선과 완전히 무관한 동네는 아니라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8호선 판교 연장은 모란에서 판교까지 약 3.78km를 잇는 사업으로, 2026년 3월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조사가 진행되는 단계다.
같은 날 위례신사선은 예타를 통과했다. 구간이 짧아서 첫 삽만 뜨면 비교적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아직 가격에 덜 들어갔다는 점이 구성남 쪽 기대의 근거다.
반면 8호선은 잠실까지는 좋아도 다른 핵심 지역으로 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대목에서 재미있는 논쟁이 하나 있었다.
고덕 아르테온에서 고덕역까지는 1km가 넘는 거리인데, 이걸 걸어서 10분이면 역세권으로 볼지 시장에서는 비역세권으로 볼지를 두고 생각이 갈렸다.
반대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나 고덕아이파크처럼 고덕역과 가까운 단지도 있으니 고덕을 하나로 묶어 말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하나 있다고 본다.
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거리보다 길의 기울기가 더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다. 평지를 걷는 10분과 언덕을 오르내리는 5분은 몸이 느끼는 피로가 전혀 다르다.
구성남의 약점으로 늘 꼽히는 가파른 언덕이 바로 이 지점이다. 지도에서는 역 바로 앞이어도 단지 안쪽 동에서 오르막을 넘어야 한다면, 숫자로 보는 역세권과 발로 느끼는 역세권은 다를 수 있다.
구성남 안에서도 평지에 자리 잡은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이나 해링턴 스퀘어 신흥역이 따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서 설명된다.

고덕 안에서도 다음 주자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상일동 쪽 신축이 아니라 명일역 근처의 삼익그린맨션2차나 명일 신동아 같은 단지들이 다시 지어지면,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견줄 만한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다.
실제로 명일 신동아를 포함한 명일동 5개 단지가 2026년 7월까지 모두 정비구역 지정을 마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이 단지들은 아직 첫 삽을 뜨기 전이고, 강동구도 2036년을 목표로 잡고 있는 만큼 완성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정리해보면 고덕과 구성남은 어디가 더 좋은가보다 언제, 누구에게 맞는가로 보는 편이 훨씬 쓸모 있는 질문 같다.
고덕은 지금 당장 평지와 고른 생활환경, 서울 주소를 원하는 사람에게 확실한 답이다. 다만 2016~2020년에 지어진 단지들이 해마다 나이를 먹는다는 점, 9호선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다는 점은 함께 따져봐야 한다.
구성남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에 돈을 거는 쪽에 가깝다. 새 아파트가 순서대로 들어서면서 ‘가장 새 집의 자리가 계속 바뀌는 구조라, 오늘의 대장이 몇 년 뒤엔 중간이 될 수도 있다.
언덕, 아직 자리 잡지 못한 학원가와 상권, 한꺼번에 몰리는 입주 물량도 분명한 변수다. 그럼에도 같은 가격이라면 서울 외곽보다 경기 중심지의 입지를 고르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성남 쪽 개발이 마무리되면 두 동네의 간격이 지금보다는 좁혀질 거라는 데에는 양쪽 모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이런 비교는 늘 감정 싸움으로 흐르기 쉽다.
그럴수록 한쪽 동네를 깎아내리기보다는, 내가 언제 들어가서 몇 년을 살 것인지, 매일 걷는 길이 평지인지 언덕인지, 교통 계획이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차분히 따져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지역이나 단지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니다. 시세와 교통 계획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결정 전에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관할 지자체 공고를 꼭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투자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