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동산 이야기를 들여다보다 보면 흥미로운 지점 하나를 만난다. 전국 대부분 도시에서는 같은 입지, 같은 연식이라면 아파트가 주상복합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편이다.
그런데 대구만큼은 여기서 예외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들 사이에서도 “대구는 주복이 유독 인기가 많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온다고 한다.
서울에서 오래 거주하다 대구로 넘어온 사람들이 이 분위기를 보고 처음엔 낯설어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범어네거리가 만든 예외, 범어W와 두산위브더제니스
대구에서 주상복합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수성구 범어네거리다.
이곳에는 대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꼽히는 범어W와, 오랫동안 대구의 랜드마크로 불려온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마주 보고 서 있다.
두 단지 모두 왕복 13차로 대로가 만나는 교차로 코너 자리에 있고, 지하철 2호선 범어역과 바로 연결된다. 여기에 범어공원과 야시골공원 같은 녹지, 대구 최고 학군으로 꼽히는 수성구 학군까지 겹치다 보니 단순히 “주복이라서 저평가된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범어W는 시행사가 이미 부산에서 선보인 하이엔드 브랜드 라인의 대구 첫 사례였고, 이후 같은 시행사가 대구역 인근에 비슷한 급의 브랜드 단지를 하나 더 선보인 적이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대구에서는 특정 시행사가 만든 고급 주복 브랜드가 하나둘 자리를 넓혀가며 인식을 바꿔온 측면도 있다고 본다.
이 두 단지가 처음 들어설 당시에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평형이 좁다느니, 상업지역이라 주거지로는 부적합하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수성구를 대표하는 자리로 굳어졌다. 결국 입지가 가진 힘이 주복이라는 형태에 대한 편견을 눌러버린 셈이라고 본다.
두류역자이, 죽전역코오롱하늘채, 삼정브리티시용산이 보여주는 패턴
범어네거리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서구 내당동에 자리한 두류역자이는 두류공원과 두류역을 함께 낀 입지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 일대 시세를 이끄는 단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달서구 장기동의 죽전역코오롱하늘채나 감삼동의 삼정브리티시용산 역시 죽전역과 감삼역이 가까운 대로변 코너 자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단지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패턴이 보인다. 대구에서 오래 자리를 지켜온 주복들은 대부분 네거리나 역세권처럼 원래도 상업지역으로 지정될 수밖에 없던 자리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애초에 순수 주거지역으로는 개발이 불가능했던 자리이기 때문에, 아파트와 직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조금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자리에 상권과 교통이 집중되면서 주복이 그 지역의 대장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주복이 같은 대접을 받는 건 아니다.
다만 대구의 주상복합을 하나로 묶어서 좋게만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감삼동 안쪽이나 태평로 일부 단지들처럼 녹지도 없고 조망도 확보되지 않은 채, 용적률과 건폐율만 최대한 끌어올려 지어진 곳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단지들은 동과 동 사이 간격이 좁아 맞은편 세대와 시선이 그대로 마주치는 구조가 되기 쉽고, 일조량도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10년대 후반 재건축·재개발 붐이 일면서 상업지역 자투리 땅에 나홀로 형태로 지어진 소규모 주복들도 함께 늘었다고 본다.
이런 단지들은 커뮤니티 시설이나 조경 같은 순수 아파트의 장점을 갖추지 못한 채 가격만 신축 프리미엄에 기대는 경우가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방어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
실제로 최근 들어선 일부 신축 주복은 초기에 젊은 매수자들이 활발히 몰리며 화제가 되었다가, 비과세 요건이 채워지는 시점부터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는 흐름도 보인다고 느낀다. 결국 대구 안에서도 핵심지 대형 단지와 그 외 소규모 단지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은 재건축 문제다.
대구는 이미 지어진 아파트조차 준공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재건축이 쉽지 않은 지역으로 꼽힌다.
용적률이 이미 높게 지어진 주복이라면 이 문제는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부지가 넓어야 재건축이 유리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애초에 대지지분이 좁은 주복 형태는 장기적으로 이 부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고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대구는 확실히 예외적인 도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보면 대구의 이런 분위기가 더 뚜렷하게 보인다. 서울에서는 같은 조건이면 아파트가 주복보다 확실히 높은 평가를 받는 편이고, 웬만한 초고가 단지가 아니고서는 주복을 선호하는 수요 자체가 크지 않다고 한다.
한때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불리던 서울의 한 대형 주상복합도 시간이 지나 인근에 새로 들어선 순수 아파트에 가격을 역전당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경쟁력 있는 커뮤니티와 입지를 갖췄던 곳조차 이런 결과를 피하지 못했다는 걸 보면, 주복이라는 형태 자체가 가진 한계는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반면 대구는 상업지역 네거리 자리를 오히려 좋은 입지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혀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지형이 평지 중심이고 도시 발전 축이 네거리를 따라 이어져 온 대구 특유의 구조 때문에, 상업지 코너 자리가 곧 최고 입지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부분이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와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이라고 본다.
지방 도시들끼리 비교해봐도 대구만큼 주복에 대한 인식이 안정적인 곳은 드문 편이라고 느껴진다.
인근 도시들의 경우 신고가가 나와도 그것이 주변 아파트 상승세를 그대로 따라가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주복 자체가 독자적으로 선호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대구의 주상복합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범어W와 두산위브더제니스처럼 대체 불가능한 입지와 대형 녹지를 함께 낀 곳들은 앞으로도 그 지역의 대장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류역자이나 죽전역코오롱하늘채, 삼정브리티시용산처럼 역세권과 상권이 겹치는 자리도 당분간은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다만 녹지나 조망 없이 용적률만 높인 채 지어진 소규모 주복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신축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시점부터는 순수 아파트와의 격차가 서서히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주복이냐 아파트냐를 따지기보다, 그 단지가 어떤 입지와 녹지, 브랜드를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정리해본다.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이며, 특정 단지에 대한 투자 권유나 조언이 아니다. 실제 매수·매도 등 투자 판단은 최신 시세와 개별 여건을 확인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