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처음 이사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 있다. 버스 앱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했더니 환승이 한 번, 어떨 때는 두 번씩이나 필요하다고 뜨는 것이다.
이게 맞나? 싶어서 다시 검색해봐도 결과는 똑같다. 결국 자차를 끌고 나오거나, 택시를 잡는 선택을 하게 된다.
울산 대중교통을 둘러싼 이 불편함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여기에는 꽤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다.
예전엔 어떤 모습이었나?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만 해도 울산의 버스 구조는 지금과 달랐다. 동구, 북구처럼 외곽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출발해도 삼산이나 무거동 같은 중심 상업지구까지 직행으로 이어지는 노선이 여러 개 운행됐다.
일반버스와 좌석버스가 동시에 다니며 시간대별로도 선택지가 있었다. 태화강역에서 현대자동차 방향으로 향하는 노선만 해도 출퇴근 시간에는 여러 대가 연달아 들어왔다.
물론 그때도 완벽하진 않았다. 배차 간격이 들쑥날쑥하거나, 버스 여러 대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그 뒤로 한참 공백이 생기는 이른바 연탄버스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울산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어디서 출발하든 환승 없이 목적지까지 닿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선 개편, 무엇을 바꿨나?
변화는 버스 노선 전면 개편과 함께 찾아왔다. 표면적인 목적은 효율화였다.
간선 노선을 중심으로 체계를 재편하고, 환승을 통해 각 지역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직행 노선이 대거 사라졌다는 점이다.
남구와 중구 방면으로 이어지던 직행 버스들이 대폭 줄었고, 외곽 지역을 연결하는 노선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대신 환승을 통해 이동하는 구조가 강제됐다. 북구에서 출발해 병영사거리를 거쳐 혁신도시 방면으로 가려면 이전에는 직통으로 이동이 가능했지만, 개편 이후로는 중간에 한 번 이상 갈아타야 했다.
환승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도시 교통 설계에서 환승 시스템은 오히려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따라와야 한다. 환승 거점에서 다음 버스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배차 간격, 그리고 간선 노선이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BRT(간선급행버스체계)를 도입하거나, 버스 전용 차로를 확보해 정시성을 높이는 방식이 그 예다.
울산의 개편은 그 전제 없이 진행됐다는 게 문제였다. 노선을 꼬불꼬불 길게 늘려 어디선가 교차만 되도록 맞춰 놓은 구조였다.
환승 거점에 도착해도 다음 버스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여러 대의 버스가 한꺼번에 몰렸다가 이후 오랫동안 공백이 생기는 현상도 반복됐다. 개편 전에 40분이면 닿던 출근길이 1시간을 훌쩍 넘기게 됐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왜 이런 개편이 이뤄졌나?
이 개편의 배경에는 버스 업계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운전기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실제 운행 차량 수를 줄이면서도 노선망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선택된 것이 환승 강제화였다는 분석이 있다.
인력을 더 끌어들이려면 임금을 올리거나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데, 그 대신 시스템 구조를 바꿔 차량 수를 줄이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운행 효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는 시민의 이동 편의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동 시간이 길어지고, 좌석버스로 강제 환승이 이뤄지면서 교통비도 올랐다.
외곽 지역 주민들은 자차 없이는 출퇴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남구가 집중 배치 지역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막상 남구 주민들조차 개편 이후 교통이 더 불편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개편 이전에는 태화강 방면 버스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각 구를 연결하던 구조였는데, 이것이 한 방향으로 몰리면서 오히려 흐름이 엉켜버린 것이다.
울산 대중교통이 원래 쉽지 않은 이유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울산의 대중교통 문제는 이번 개편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도시 구조 자체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울산은 광역시 중에서도 면적이 상당히 넓다. 반면 인구는 다른 광역시에 비해 적은 편이다. 넓은 땅에 인구가 분산되어 있으면 대중교통 노선을 촘촘하게 깔아도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 버스를 많이 운행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이런 환경에서 민간 버스 회사가 자발적으로 노선을 확충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울산은 오래전부터 자동차 중심의 도시 설계가 이뤄져 왔다. 현대자동차라는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인 만큼, 자차 보유율이 높고 대중교통 수요 자체가 다른 도시보다 낮은 편이다. 이 구조적 특성이 대중교통에 투자할 유인을 더욱 떨어뜨린다.
버스 문제가 불거지면서 버스 공영제 도입을 요구하는 시각도 생겨났다. 시에서 직접 버스 운영을 맡아 노선과 배차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배차 간격을 줄이고 시민 편의 중심으로 노선을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울산 버스 공영제 운영 비용은 연간 수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버스 운전기사 채용과 임금 협상, 차량 관리까지 시에서 직접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버스 완전 공영제를 실현한 대도시는 사실상 없고, 대부분은 준공영제 형태로 민간 회사를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세종시의 경우 교통공사가 BRT를 직접 운영하는 모델을 적용했지만, 도시 규모와 구조 자체가 울산과는 다르다.
준공영제 역시 만능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보니 버스 회사의 수익성이 보장되는 반면,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울산시의 버스 업체 지원금이 해마다 늘어나는 와중에 서비스 수준은 제자리를 맴돌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울산에서는 이미 도시철도 1호선이 운행 중이다. 수소트램 기반의 2호선 건설도 논의되고 있는데, 2024년 예타 신청 단계에서 한 차례 좌절을 겪은 뒤 노선을 수정해 재신청한 상태다.
지하철 방식은 경제성 평가 자체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아래, 지상형 트램을 대안으로 삼은 것이다.
트램이 완공된다면 버스와의 연계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트램이 주요 간선을 담당하고, 버스는 지선 역할에 집중하는 형태로 재편되면 지금보다 합리적인 교통망이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램 노선 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버스 노선 개편이 먼저 이뤄지면서, 그 연계가 제대로 설계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혁신도시처럼 일부 지역은 이번 개편 이후 오히려 교통 여건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다. 지역에 따라 효과가 갈린다는 점에서, 개편 자체의 방향이 완전히 틀렸다기보다는 실행 설계가 부실했다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
울산 버스 문제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노선 하나를 잘못 그린 것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인력 부족, 재정 부담, 도시의 구조적 특성, 그리고 정책 실행 역량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불편함이 어느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자차가 없는 어르신, 출퇴근 시간이 촉박한 직장인, 대중교통 외에 선택지가 없는 시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버스 한 대를 놓쳤을 때 다음 차가 50분 뒤에나 온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일상의 질 자체를 흔드는 문제다.
도시 교통이 제 역할을 하려면 결국 시민의 실제 이동 패턴에서 출발하는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노선표 위에서가 아니라, 매일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