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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팔고 주식에 올인하는 게 맞는 걸까?


요즘 주변에서 꽤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어차피 서울 집값은 너무 비싸고, 그 돈으로 VOO나 QQQ 사면 수익률이 더 낫지 않냐는 말이다.

실제로 집을 처분하거나, 집 마련을 미루고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를 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월배당주에 지수 ETF, 거기에 QLD 같은 2배 레버리지까지 얹어서 설계하는 식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특히 지방이나 외곽처럼 집값 상승이 거의 없는 지역에 산다면, 주식 수익률이 부동산을 충분히 앞설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집과 주식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게 애초에 맞는 방식인가, 하는 점이다.

집은 수익을 내는 곳이 아니라, 삶이 굴러가는 곳이다.

집의 가장 큰 역할은 사실 가격 상승이 아니다. 내가 매일 돌아와서 쉬는 공간,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터전이다.

집값이 오르면 물론 좋지만, 안 올라도 그 공간은 여전히 제 기능을 다한다.

반면 주식은 어떤가?

오르지 않으면 들고 있을 이유 자체가 약해진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집이 없는 상태라면 월세든 전세든 반드시 누군가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은 없어지는 돈이다.

반면 주담대 이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인플레이션에 어느 정도 희석되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자가를 마련하면 주거비용이 고정된다. 월세처럼 집주인 사정에 따라 갑자기 올라갈 일이 없다는 것, 아이 학교 문제로 갑자기 이사를 걱정할 일이 없다는 것

이런 게 숫자에는 잘 안 잡히는 집의 진짜 가치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집은 이미 지금 이 순간도 역할을 다하고 있는 자산이다.

주식은 앞으로 역할을 키워내야만 하는 자산이다.

그렇다고 주식이 나쁜 건 아니다, 성격이 다를 뿐이다.

주식의 장점도 명확하다. 유동성이 높아서 필요하면 바로 팔 수 있고,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으며, 잘 되면 단기간에 자산이 크게 불어나기도 한다.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산을 키우는 수단으로서 주식만한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주식에는 집에 없는 심리적 부담이 있다.

시장이 출렁이면 내 자산이 눈앞에서 줄어드는 게 실시간으로 보인다. 이게 생각보다 엄청난 스트레스다.

집은 시세가 오르내려도 당장 내 생활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식은 하락장이 오면 멘탈이 먼저 흔들린다.

그 상태에서 장기 투자를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집을 먼저 마련해서 주거가 안정된 사람이 주식에서 더 차분하게 버틸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집이라는 방패막이 있으면 투자 심리 자체가 달라진다. 잃어도 집은 있다는 안도감, 그게 실제로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준다.

현실적인 얘기도 해야겠다. 강남 3구 같은 핵심 지역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그렇다고 투자 가치가 불분명한 외곽 지역에 억지로 집을 사는 것도 딱히 정답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으로 방향을 트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선택이다.

한 가지 관점을 소개하자면, 싼 거부터 사는 게 순서라는 생각이다.

자전거 → 오토바이 → 자동차 → 집, 이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자산을 키워나가는 방식이다.

집은 최종 목적지이고, 집을 살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소 주식이든 금이든 마음껏 병행하면 된다는 논리다. 완벽하진 않지만 꽤 설득력 있는 시각이라고 본다.

서울 변두리에 작은 집을 사고 나머지 여력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전세사기니 전월세 급등이니 하는 뉴스를 보면서, 그런 선택을 한 사람들이 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집과 주식 중 어느 게 더 나은 투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집은 생활기반 자산이고 주식은 성장 자산이다. 집은 지금 역할을 하고 주식은 미래 역할을 한다.

둘을 같은 저울에 놓고 수익률로만 비교하면, 집의 본질적인 가치를 놓치게 된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현금 흐름이 중요해진다.

주식 배당이냐, 집을 줄여서 생활비를 마련하느냐, 이것도 결국 사람마다 다르다.

실거주 집 한 채에 투자용 집 한 채를 더 가진 사람도 있고, 집 한 채에 주식으로 여윳돈을 운용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맞다기보다, 자기 상황과 성향에 맞게 설계하는 게 핵심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집이 흔들리면 투자도 흔들린다는 거다. 내 삶의 터전이 불안하면, 주식 계좌를 보는 눈도 불안해진다.

그래서 집과 주식을 같은 맥락으로 놓고 고민하면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집은 삶의 방패막이고, 주식은 삶의 엔진이다.

방패가 있어야 엔진도 제대로 돌아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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