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4를 선택할 때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
원래는 스탠다드 어스를 뽑으려 했는데 대기가 너무 길어서 롱레인지로 바꿨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차를 고르면 나중에 후회하기 쉬운데, 막상 타보니 결과적으로는 잘 된 선택이었다고 본다.
출고 당일의 설렘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예정보다 일찍 나왔으니 더 기뻤을 것이다.
그런데 기쁨도 잠깐, 지방세 미납 문제로 차를 반납해야 할 위기가 생겼다고 한다.
다행히 잘 해결됐다지만 새 차 받자마자 이런 상황이면 얼마나 식겁했을지 짐작이 간다.
더 큰 시련은 6000km 즈음에 찾아왔다.
처음에는 ICCU 문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89번 셀 전압이 잡히지 않는 배터리 불량이었다고 한다.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하고도 문제가 한 번 더 생겨서 총 센터를 다섯 번 방문한 뒤에야 잡혔다고 전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런 일을 겪고도 이 차에 만족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보통 새 차에서 배터리를 통째로 갈아야 하는 경험을 하면 그 차에 대한 인상이 크게 나빠지기 마련인데, 아마도 차 자체의 기본기가 그만큼 좋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EV4 얘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승차감이다.
어떤 오너는 G80 수준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부분이 뜨거운 논쟁이 됐다.
정리해보면 대체로 이런 흐름이다.
K7보다는 확실히 낫다, 그랜저보다 좋아서 놀랐다, 쏘나타보다는 확실히 낫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반면 G80 수준은 오버라거나 고속에서 선회하면 출렁거린다는 반박도 적지 않았다.
이 논쟁을 보면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다.

승차감이란 게 얼마나 주관적인가 하는 것이다.
똑같은 차를 타도 누군가는 제네시스 느낌이라 했고, 누군가는 소나타 수준이라 했다.
타이어 인치, 공기압, 주행 속도, 도로 환경, 탑승자의 체형, 이전에 타던 차가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차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한 가지 설득력 있는 분석도 눈에 띄었다.
전기차는 정차 시 엔진 진동이 없어서 정적인 상황에서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게 전반적인 승차감 인상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실제 서스펜션 성능 자체보다 이런 전기차 특성이 승차감 평가에 영향을 주는 셈이다.
또 하나는 세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이다.
EV4가 세단 형태이기 때문에 SUV인 씨라이언7보다 승차감이 좋게 느껴지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비교라는 지적도 타당하다고 본다.
전비왕이라는 표현까지 쓸 만큼 EV4의 연비는 강점으로 꼽힌다.
잘 나올 때는 12km/kWh, 못 나올 때도 5km/kWh 수준이라고 했다.
주행가능거리도 700km는 우습게, 조건이 맞으면 900km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좀 다른 현실이 보인다.
주행가능거리 표시는 허수가 있다는 지적이 꽤 많았다.
실제로 배터리를 끝까지 써보면 표시된 것보다 100km 정도 빼야 실제 주행거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19인치 타이어를 쓰는 경우와 17인치를 쓰는 경우에도 차이가 났다.
겨울에는 400~550km, 상온에서는 550~700km 정도가 실제 오너들의 경험치로 보인다.
이걸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전기차 카탈로그 숫자를 그대로 믿는 것이 내연기관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온, 타이어 사양, 주행 속도, 에어컨·히터 사용 여부에 따라 주행거리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본인의 실제 사용 패턴에 맞춰 계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EV4의 유로앤캡 점수는 4점이다.
같은 현기차 식구들이 줄줄이 만점을 받아오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다.
특히 충돌 시 운전자 무릎이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기준으로는 1등급에 작년 평가 3등을 해서 카트리에서 우수상을 받았다는 반론도 있고, 유럽에서는 옵션 패키지에 따라 5스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기본 사양 기준으로 4점이라는 건 패밀리카로 쓸 경우 분명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세차, 이 부분은 전기차를 처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진지하게 공감할 내용이다.
내연기관차를 타면 주유소 가는 김에 자동세차를 하는 게 자연스러운 루틴이다.
그런데 전기차는 주유소 갈 일이 없으니 이 루틴 자체가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세차가 번거로워지고, 비용도 독립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항목이 된다.

실제로 길에서 전기차가 더러운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지적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작은 것 같지만 생활 패턴과 연결된 이런 부분이 실제 사용 만족도에 꽤 영향을 준다고 본다.
EV4는 승차감과 전비, 넓은 실내공간, 운전 편의성 면에서 이 가격대에서 상당히 경쟁력 있는 차임은 분명하다.
다만 충돌 안전성, 트렁크 입구의 좁은 개구부, 고속 주행 안정성에 대한 이견, 겨울철 트랙션 문제 등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 차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명확하게 갈린다고 본다.
시내 출퇴근 위주의 패밀리카로 쓴다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속 장거리 운전이 잦거나 스포티한 핸들링을 기대한다면 다른 선택지를 함께 고려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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