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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준비? 커버드콜 ETF에 몰빵하면 큰일 나는 이유

  • 기준

요즘 주식 유튜브를 보면 월 배당, 연 분배율 10% 이상 같은 자극적인 썸네일들이 정말 많이 보입니다.

특히 은퇴를 앞두셨거나, 매달 현금 흐름이 필요한 분들에게 이런 커버드콜 ETF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느껴지죠.

저도 한때는 주가가 횡보해도 배당을 주니 얼마나 좋아?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커버드콜 ETF를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주식(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콜옵션(월세 받을 권리)을 파는 것입니다.

주가가 지지부진하거나 횡보할 때는 이 전략이 기가 막힙니다. 주식은 그대로인데 옵션 프리미엄이라는 월세가 따박따박 들어오니까요.

문제는 시장이 급변할 때입니다.

시장이 미친 듯이 오를 때, 남들 자산이 2배, 3배 불어날 때, 내 수익은 딱 정해진 상한선에 막혀버립니다. 상승분을 포기하는 대신 월세를 받기로 계약했기 때문이죠.

시장이 폭락할 때, 이게 진짜 공포입니다. 하락을 방어해 주는 쿠션(프리미엄)이 있긴 하지만 아주 얇습니다.

즉, 폭락은 남들과 똑같이 온몸으로 두들겨 맞습니다. 결국 오를 때는 덜 먹고, 내릴 때는 다 같이 망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젊은 투자자라면 폭락장을 맞아도 다시 일어설 시간이 있습니다. 노동 소득으로 물타기를 해도 되고요. 하지만 은퇴자에게 시간은 더 이상 내 편이 아닙니다.

만약 은퇴 자금을 커버드콜에 몰빵했는데, 시장이 30% 폭락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반 지수 ETF라면 시장이 회복될 때 같이 회복되지만, 커버드콜은 상승이 제한되어 있어 회복 속도가 현저히 느립니다.

원금은 쪼그라들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분배금만 보고 안심하는 상황~

이게 바로 커버드콜 장기 투자가 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배당금 받아서 생활비로 쓰고 나니, 나중에 계좌를 열어보면 원금이 반토막 나 있는, 소위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 나오는 소위 3세대, 4세대 커버드콜 상품들은 다르다고들 합니다. 상승분도 어느 정도 따라가고 방어력도 좋다고요. 실제로 최근 1~2년 데이터를 보면 성과가 훌륭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진짜 제대로 된 폭락장이 있었나요?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같은 역대급 폭락장을 겪어보지 않은 상품들이 대다수입니다. 지금처럼 시장이 우상향 하거나 완만하게 조정받는 시기에는 누구나 돈을 법니다.

진짜 실력은 파도가 물러갔을 때 드러나는 법이죠.

어떤 분들은 심리적 안정감 때문에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매달 현금이 들어오니 하락장을 버틸 힘이 생긴다는 거죠.

일리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장기적 총수익률 저하)이 생각보다 너무 크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커버드콜 ETF는 절대 사면 안 되는 상품일까요? 아닙니다.

세상에 나쁜 금융 상품은 없습니다. 나쁜 사용법만 있을 뿐이죠.

투자 고수들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은퇴 자산의 핵심(Core)은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가져가고, 당장 쓸 생활비가 필요한 일부(Sleeve) 자금만 커버드콜로 운용하라.”

즉, 내 전 재산을 여기에 거는 몰빵 투자가 위험한 것이지,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으로 활용하는 건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의 세계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연 10% 분배금이라는 숫자에 현혹되지 마세요.

중요한 건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현금뿐만 아니라, 내 자산 전체의 가치가 지켜지고 있느냐입니다.

지금 당장 달콤한 사탕 하나를 더 먹으려다, 나중에 밥그릇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

특히 소중한 노후 자금을 굴리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 냉정하게 계산기 두드려보시고 총수익(Total Return) 관점에서 접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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