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분들이 무지성 적립식 투자 특히 미국 S&P 500 ETF를 꾸준히 모아가는 것을 마치 투자의 정답처럼 이야기합니다.
그 편리함과 강력함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매달 월급날 자동으로 일정 금액이 투자되게 설정해두면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감정 소모가 없고 또 그렇게 안 하면 어디다 썼는지도 모르게 사라졌을 돈을 강제로 저축하게 되니까요.
A군이 매달 100만 원씩 10년간 꾸준히 S&P 500 ETF를 적립식으로 모았다고 가정해 보죠.
처음 1년은 원금 천만 원이 넘고 소소하게 10% 수익도 났습니다. 5년 차엔 50% 이상 수익에 8천만 원이 찍혔고 10년 차엔 100% 수익률로 원금이 몇억 단위가 되었습니다.
은행 예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성공적인 투자였죠. 그런데 바로 그때 A군이 서울에 내 집 마련을 위해 목돈이 필요한 시점이 왔습니다.
하필이면 그 순간 경제 공황이 터졌고, ETF 가격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10년간 쌓아 올린 100%의 수익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지금 팔면 오히려 은행 예금보다도 못한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A군은 집을 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감수하고 팔아야만 했습니다. 결론은 적립식 투자의 성공과 실패는 결국 마지막에 매도하는 타이밍에 달려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드가 몇억, 몇십억이 되었을 때, 하필 팔아야 하는 그 순간에 폭락장이 오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경고였죠.
그건 적립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많았던 의견은 그건 적립식 투자만의 단점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목돈이 필요한 시점에 자산 가격이 폭락하는 위험은 거치식 투자든 부동산이든 그 어떤 자산이든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지적이었죠.
사실 A군의 진짜 실패 원인은 적립식 투자 자체가 아니라, 하필이면 폭락장에 돈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서울 집을 사야 하는 돈이 아니었다면, 즉 여유 자금으로 투자했다면 그는 팔지 않고 버티거나 오히려 추가 매수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매수는 시장 타이밍을 재지 않고 기계적으로 적립(패시브)하면서, 매도는 가장 비싼 최고점에서 한 번에 팔고 싶어(액티브) 한다는 모순을 지적한 부분입니다.
진정한 패시브 투자는 매도 역시 타이밍을 재지 않아야 합니다. 즉, 매수할 때 매달 나눠 샀듯이, 매도할 때도 매달 혹은 매년 일정 비율(예: 4% 룰)로 나눠 파는 연금식 인출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매도 단가 역시 평균화되어, 최악의 순간에 모든 것을 팔아치우는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위험을 관리하는 현실적인 방법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출구의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자산 배분(주식 + 채권/현금)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입니다.
은퇴 시점이나 목돈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올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이나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만약 폭락장이 오더라도, 당장 쓸 돈은 채권이나 현금에서 빼서 쓰고 주식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두는 것입니다.
환율 헷지 이건 정말 유용한 관점입니다. 우리가 원화(KRW)로 미국 달러(USD) 자산인 S&P 500 ETF를 사는 것은, 사실 시간 분산뿐만 아니라 자산 분산도 하는 것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사태처럼 거대한 경제 위기가 닥치면, 주가는 폭락하지만 반대로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는 폭등합니다.
즉, ETF 가격이 -50%가 되더라도 환율이 +50% 오르면, 원화 기준으로는 손실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이익일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A군의 시나리오에서 경제 공황이 왔다면, 환율이 폭등해서 오히려 집을 사는 데 도움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원금을 팔 생각이 없는 전략도 있습니다.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주는 배당성장 ETF나 배당주에 적립식으로 투자해서 나중에는 원금을 팔지 않고 오로지 거기서 나오는 배당금만으로 생활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월세처럼 따박따박 들어오는 현금 흐름에만 집중할 수 있어 훨씬 마음이 편안할 수 있습니다.

무지성 적립식 투자는 분명 개인 투자자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입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돈을 모으게 해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만능은 아니며, 그 자체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적립식 투자는 훌륭한 자산 축적 도구이지만, 자산 인출 전략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10년, 20년 뒤 내가 모은 돈을 어떻게 안전하게 꺼내 쓸 것인지, 즉 출구 전략에 대한 고민을 투자 첫날부터 함께 시작해야 한다는 것…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것만큼이나, 언젠가 맞이할 매도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투자의 완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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