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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의 사직서, 퇴사와 존버 사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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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0대 중반…

회사에서는 중간 관리자 혹은 핵심 실무자로서 단단한 허리 역할을 하고, 집에서는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나이.

청춘의 패기와 열정만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어깨에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느끼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바이러스처럼 온몸에 퍼질 때가 있습니다. 부당함과 불합리함을 꾸역꾸역 삼켜야 하는 순간, 반복되는 일상에 영혼이 마모되는 기분이 드는 순간,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나?’라는 근원적인 물음이 고개를 드는 바로 그 순간 말입니다.

직장 생활의 어떤 이벤트로 인해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비단 그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버텨야 하는 이유

가장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던 의견은 바로 존버, 즉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지극히 현실적이었습니다. 지금의 취업 시장은 20, 30대에게도 역대급으로 힘든 ‘얼음 왕국’과 같습니다. 경력이 있다 한들, 40대를 반갑게 맞아줄 회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밖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 아니 10만 명 중 1명이라는 말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그만큼 회사 밖의 세상이 낭만적이지 않다는 경고의 메시지일 겁니다.

어떤 이는 회사를 온실에 비유했지만, 또 다른 이는 직장은 전쟁터, 직장 밖은 지옥이라는 말로 그 비유를 수정했습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핵심은 같습니다. 비록 회사 안에서의 생활이 스트레스와 갈등으로 가득한 전쟁터 같을지라도,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라는 보급이 있고, 회사라는 소속감이 주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은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지금의 괴로움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퇴사는 더 큰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뚜렷한 목표와 철저한 계획 없이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면, 줄어드는 통장 잔고와 사회적 고립감 속에서 더 큰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어설픈 자신감과 경제적 여유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회사 밖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도약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하지만 모든 이들이 존버만이 정답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부는 과감히 “나오라”고, “새로운 도전을 하라”고 등을 떠밀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건강과 시간이었습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단순히 기분 나쁜 감정을 넘어, 실제로 우리의 수명을 깎아 먹는 독과 같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암에 걸리거나 돌이킬 수 없는 지병을 얻게 된다면, 그때 가서 아무리 많은 돈과 명예가 주어진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삽니다. 또한, 4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도전해볼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50대, 60대가 되어서는 정말 하고 싶어도 체력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기회조차 얻기 힘들어집니다.

정년까지 회사의 부속품처럼 버티다 밀려나듯 퇴직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나와 내 인생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 이것은 한번 깊이 고민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물론 이러한 용기 있는 도약에는 전제 조건이 따릅니다. 바로 최소한의 경제적 안전망입니다. 배우자가 맞벌이를 하거나, 당장의 생계를 위협하지 않을 정도의 자산이 있다면 고민의 깊이와 선택의 폭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퇴사 vs 존버가 아닌, 준비의 시간으로

이처럼 퇴사를 둘러싼 의견은 팽팽하게 맞섭니다. 하지만 저는 이 문제를 퇴사냐, 존버냐의 이분법적인 선택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지도 모릅니다.

퇴근 후 매일 공부를 하고 있다, 투잡으로 물건을 팔아봤는데 쉽지 않더라는 등의 이야기였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회사에 버티며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라는 안정적인 베이스캠프를 활용해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현재의 직장이 주는 스트레스와 불합리함에 매몰되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나를 위한 투자와 미래를 위한 실험의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자격증을 공부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소소하게나마 나만의 사업을 구상하고 실험해보는 것. 이러한 준비된 시간이 쌓인다면, 언젠가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이 왔을 때 그것은 더 이상 도피가 아닌 독립 혹은 졸업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40대의 퇴사 고민은 회사를 떠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회사 밖은 분명 지옥일 수도, 혹은 새로운 기회의 땅일 수도 있습니다.

그곳이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결국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하고 고민했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속 사직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40대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사직서는 도피를 위한 도주권입니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졸업장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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