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보면 마치 오래된 숙제처럼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서른 살에 1억 모은 사람, 흔한가요? 이 질문은 단순히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일종의 재정적 이정표이자 보이지 않는 압박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선 많은 사람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특히 남성의 경우,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치면 사회생활의 출발선에 서는 나이가 보통 26~27세입니다. 여기서부터 매달 200만 원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한 푼도 쓰지 않고 4년간 꼬박 저축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결과는 9600만 원
이 계산에는 학자금 대출, 월세, 교통비, 통신비 같은 고정 지출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밟거나 의사 같은 전문직을 준비한다면 이야기는 더욱 달라집니다. 이들은 30대 초중반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소득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자력으로 30살에 1억을 모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요즘처럼 경력직을 선호하는 채용 시장에서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죠.
이러한 현실의 벽 앞에서, 1억 원이라는 목표는 시작부터 아득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1억을 만드는 숨겨진 변수들
그렇다면 이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은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요?
그들의 경험 속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몇 가지 중요한 변수들이 숨어있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단연 직장과 주거 문제입니다.
일찍이 대기업 생산직 등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초봉과 기숙사, 사내 식당 같은 복지 혜택을 통해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한 해에 3~4천만 원씩 저축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부모님 집이라는 든든한 배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달 수십만 원에 달하는 월세나 전세 대출 이자에서 자유로운 것만으로도 저축의 속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본가에 거주하며 차량까지 지원받아 매달 250만 원씩 저축해 29살에 1억, 32살에 2억을 모았다는 한 사례는 주거 문제가 자산 형성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용기 또한 중요한 변수입니다. 대학 진학 대신 일찍부터 기술을 배우거나 일을 시작해 10년이라는 시간을 차곡차곡 돈으로 쌓아 올린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에 군 복무 기간 동안의 월급까지 알뜰하게 모으고, 꾸준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성실함이 더해진다면 1억이라는 목표는 더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게 됩니다.
진짜 게임은 30살부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관점의 전환을 마주하게 됩니다.
30살에 1억을 모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삶에서 돈을 어떻게 다루느냐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이는 30살에 2500만 원의 빚이 있었지만, 40대가 되어서는 주변 동기들 중 가장 부자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비결은 단순히 모으는 것을 넘어 불리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투자는 물론 양날의 검입니다. 미국 주식에 꾸준히 투자해 자산을 크게 불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큰돈을 잃거나 전세 사기로 모든 것을 날린 안타까운 사례도 분명 존재합니다.

결국 30살의 1억은 결승점이 아니라, 긴 인생의 재테크 여정에서 하나의 출발점일 뿐입니다.
그 이정표를 남들보다 조금 일찍 통과했든, 조금 늦게 통과했든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SNS에 넘쳐나는 성공 사례와 자신을 비교하며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이면에는 각기 다른 출발선과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서른 살, 1억이라는 무거운 목표에 짓눌리기보다, 나만의 속도에 맞춰 꾸준히 돈을 모으고, 건강하게 불려 나가는 지혜를 배우는 것
그것이 바로 30대라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지나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요? 진짜 부의 여정은 어쩌면 그 숫자 너머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