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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국민연금 최고액으로 올린 이유

  • 기준

외벌이 가정에 아이들을 키우면서 전업주부로 살아온 세월이 꽤 됐다.

남편 월급으로 생활비 쪼개고, 교육비 챙기다 보면 내 앞으로 된 통장 잔고는 늘 아슬아슬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혹은 내가 먼저 혼자가 되면, 나는 매달 얼마를 받으며 살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임의가입으로 매달 9만~12만 원 정도만 넣어왔던 국민연금을 최고액인 60만 5천 원으로 올렸다.

추납도 몇 년 전에 이미 신청해서 완납해 뒀다.

숫자로 보면 이렇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남편은 60세까지 회사를 다니면 약 160만 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여기에 37개월치 추납을 하면 170만 원까지 올라가고, 퇴직 후 65세까지 5년간 임의계속가입을 하면 거기에 조금 더 얹힌다.

나는 65세까지 최고액으로 납입하면 약 150만 원을 받게 된다. 증액하지 않았다면 90만 원에 그쳤을 테니, 이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고 본다.

부부 합산으로 30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양가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대기업 다니는 남편도 아닌데, 이 정도 노후 소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꽤 든든하게 느껴졌다.

유족연금 계산, 생각보다 복잡하다.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다. 남편이 먼저 가면 유족연금을 받으면 되지 않냐고…

그런데 실제로 따져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국민연금 규정상,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국민연금을 그대로 받으면서 상대방 유족연금의 30%를 추가로 받거나, 아니면 내 연금을 포기하고 상대방 유족연금 전액(약 60%)을 받는 것이다.

내 연금을 포기하고 유족연금만 받으면 어떻게 될까?

남편 연금의 60%라고 해도, 170만 원 기준으로 따지면 유족연금이 100만 원 정도다.

거기에 남편 연금 자체가 170만 원의 60%인 약 100만 원이 유족연금인데, 이게 전부다.

혼자 남은 노후에 100만 원 초중반대로 살아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내 연금을 150만 원까지 올려두면, 내가 먼저 죽든 남편이 먼저 죽든 남은 한 사람이 200만 원 이상의 연금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전업주부도 국민연금을 최대한 올려두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가성비로 따지면 안 되는 이유

누군가 이런말을 했다. 국민연금을 가성비로만 따지다가는 진짜 역할인 우산을 못 하게 된다고…

그 말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우산은 비 올 때 사면 이미 늦다. 맑은 날에 챙겨두는 게 우산이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고 경제활동이 가능할 때,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넣어두는 게 나중에 진짜 힘들어졌을 때 버팀목이 된다.

또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이다.

내가 오래 살면 다른 납부자들이 나를 도와주는 구조고, 내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 내가 낸 돈이 더 오래 사는 누군가를 돕는다.

이 시각으로 보면 일찍 사망해도 손해 봤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는다.

연금은 개인 투자 상품이 아니라 서로를 위한 안전망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전업주부에게 연금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

직장인은 회사가 반씩 보험료를 내주지만, 임의가입자인 전업주부는 전액 본인 부담이다.

그래서 더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전업주부는 퇴직금도 없고 별도의 소득도 없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들어 내 명의로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이 있다는 것, 그게 국민연금 말고는 사실상 없다.

혼자 남겨졌을 때,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생활비 그게 국민연금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이다.

그 금액이 90만 원이냐 150만 원이냐의 차이는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니라 노후 삶의 질 차이라고 본다.

30대라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30대 후반이라면, 지금 당장 최고액을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연금이나 IRP 같은 다른 노후 준비 수단도 함께 챙기면서, 형편이 허락하는 선에서 꾸준히 납부하는 게 먼저다.

단, 추납은 미루지 않는 게 낫다.

추납은 가입 기간 중 납부하지 못한 기간을 나중에 채워 넣는 제도인데, 증액 후 추납하면 더 많은 연금액을 확보할 수 있다.

최고액으로 올린 다음 추납을 신청하면 훨씬 유리하다.

지금의 내가 할머니가 된 나에게 선물을 하기로 했다.

매달 60만 원이 넘는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선택 덕분에 20년 후의 내가 조금 더 당당하게 살 수 있다면, 지금의 이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믿는다.

양가 도움도, 대기업 남편도 없어도 괜찮다.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노후라서 오히려 더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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