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기차로 갈아타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주변에서도 전기차는 고장이 없어서 편하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그런데 과연 그 말이 진짜일까? 실제로 전기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대와 현실 사이에 꽤 큰 간격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내연기관 차량을 오래 타다 보면 엔진 관련 문제에 지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다 전기차는 고장이 없다더라는 말 한마디에 큰 기대를 품고 전기차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막상 타보면 예상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워터펌프 교체, 변속 레버 불량, ICCU 고장, 전방 충돌 센서 경고등… 이런 문제들이 짧은 기간 안에 연달아 터진다면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고차로 구입한 경우라면 전 차주가 어떻게 차를 굴렸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복병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고장이 없다가 아니라 고장 요소가 적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전기차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가 바로 이것이다.
전기차는 고장이 전혀 없는 차가 아니라, 내연기관 대비 고장이 날 수 있는 부품 자체가 적은 차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내연기관 차량에는 인젝터, 점화플러그, 점화코일, 타이밍벨트, 흡기 쓰로틀, 각종 센서, 누유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씰(seal)류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수리가 필요하고, 엔진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면 공임비도 만만치 않다.
반면 전기차는 모터와 감속기 중심으로 구동계가 단순하게 구성된다.
구조 자체가 단순하니 고장이 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지, 기계인데 고장이 아예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기차라고 다 같은 전기차가 아니다.
전기차 오너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ICCU 문제가 있다. ICCU는 완속 충전과 12V 배터리 충전을 담당하는 부품인데, 이게 고장 나면 충전 자체가 안 되는 꽤 불편한 상황이 된다.
그런데 이 ICCU 문제는 특정 제조사 차량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모든 전기차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전방 충돌 감지 센서,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같은 첨단 안전 장비들은 전기차든 내연기관 차량이든 똑같이 달려 있는 부품이다.
이 장비들의 고장률은 전기차라고 특별히 낮거나 높지 않다.
즉, 이런 부품들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전기차니까 고장이 난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유지비, 정말 전기차가 쌀까?
전기차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유지비 절감이다. 엔진오일 교환도 없고, 흡기필터 교환 주기도 길고, 회생제동 덕분에 브레이크 패드도 오래 간다. 이 부분만 보면 확실히 내연기관보다 유리하다.
그런데 보험료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사고가 났을 때 수리비가 크게 나올 수 있고, 이게 보험료에 반영된다.

일반적으로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보험료가 20~30만 원가량 더 나오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자동차세가 내연기관보다 저렴한 편이라 이걸 감안하면 연간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유지비는 연간 주행거리, 차량 모델, 충전 방식 등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전기차는 유지비가 싸다는 공식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
중고 전기차, 운이 전부일까?
전기차 중고 구매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신차로 살 때는 제조사 보증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지만, 중고차는 전 차주가 어떻게 관리했느냐에 따라 상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진단기로 꼼꼼하게 점검하고 구입했다 해도 숨어 있는 문제까지 다 잡아낼 수는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전장계통 문제나, 배터리 셀 상태 편차 같은 부분은 일반적인 점검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고 전기차를 구입할 때는 되도록 공식 인증 중고차나 제조사 보증이 남아 있는 차량을 선택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고 본다.
무고장 후기도 분명히 있다.
물론 반대 이야기도 많다. 아이오닉5를 17만 킬로미터 넘게 타면서 에어컨 필터와 와이퍼 교체 외에는 정비소를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경험담도 있다.
7만 킬로미터 동안 와이퍼, 워셔액, 타이어 교체만 했다는 사람도 있다. 전기차 3대를 연달아 타면서 타이어, 에어컨 필터, 브레이크액 교환 정도만 했다는 베테랑 오너의 이야기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정비소 방문 횟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다만 그게 무조건이 아니라는 점, 차량 상태와 개인 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렇게 정리된다. 전기차에서 고장이 현저히 줄어드는 건 파워트레인 영역이다.
모터와 감속기는 내연기관의 엔진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내구성이 높아 잘 고장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외의 전장 부품, 편의 장치, 안전 센서, 공조 시스템 같은 부분들은 내연기관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부분들은 전기차라고 해서 특별히 더 튼튼하거나 약하지 않고, 제조사와 차량 품질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어떻게 봐야 할까?
전기차는 분명히 내연기관보다 관리 포인트가 줄어든다. 그러나 그게 고장이 절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기계는 언제나 고장날 수 있고, 전기차도 예외가 아니다.
중요한 건 전기차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는 것이다. 기대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특히 중고차 구입 시에는 더욱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혹시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문제가 터진다면, 그건 전기차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차량의 상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전기차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이 점 하나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고장이 없는 차가 아니라, 고장 날 이유가 적은 차라는 것. 그 차이를 이해하면 실망보다는 만족에 더 가까운 전기차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