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온 직장인들에게 은퇴는 달콤한 휴식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막상 짐을 싸고 나오면 가장 먼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불청객이 있죠.
바로 건강보험료입니다.
직장 다닐 땐 반이라도 내줬는데, 지역가입자가 되니 재산까지 잡혀서 월급처럼 빠져나간다는 하소연부터, 이를 피하기 위해 아는 지인 회사에 가짜로 이름을 올리는 편법이라도 써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나왔더군요.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매기는데, 지역가입자는 내가 사는 집, 내가 타는 차에도 점수를 매깁니다.
은퇴해서 소득은 끊겼는데 집값 올랐다고 보험료가 오르니, 국가가 내 노후 자금을 야금야금 뺏어간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나라 돈 뽑아 먹는 게 장땡이라는 다소 거친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다른 시선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큰 수술을 받아본 분들의 이야기였죠.
수술비 1,800만 원 나올 게 건강보험 덕분에 500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보험료가 아깝지 않다는 걸요.
우리가 내는 돈이 단순히 사라지는 세금이 아니라, 언젠가 내가 혹은 내 가족이 무너질 때 나를 지탱해 줄 최후의 보루라는 경험담입니다.
내가 낸 돈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다시 그 혜택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선순환의 가치를 말이죠.
편법을 써서라도 내 돈을 지키겠다는 마음과, 공동체를 위해 성실히 내야 한다는 마음. 둘 중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저는 이번 논쟁을 보며 제도의 단순화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장이든 지역이든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는 체계가 잡힌다면, 나만 손해 본다는 억울함도, 가짜 취업이라는 편법도 사라질 것입니다.
은퇴 후의 삶은 당당해야 합니다.
꼼수를 고민하며 뒤를 돌아보는 삶보다, “내가 이만큼 기여했으니 국가의 보호를 당당히 받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나라를 탓하기 전에, 혹은 남을 속이기 전에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은 나만 안 내는 법이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 아닐까요?
은퇴 후의 평안함은 통장의 잔고뿐만 아니라, 내 선택에 대한 떳떳함에서도 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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