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투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고들 합니다. 저 역시 오래전부터 주식이라는 밭에 씨앗을 뿌려온 투자자 중 한 명입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분명히 철저한 분석을 통해 좋은 기업이라 믿고 주식을 매수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주가 앱을 들여다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죠.
태연한 척하지만 마음속은 불안감으로 요동칩니다. 마치 갓 심은 씨앗이 잘 자라는지 궁금해 매일 밭을 파보는 어리석은 농부처럼 말입니다.
유튜브에서 존 리 대표의 영상을 보며 많은 영감을 받곤 합니다. 그는 이런 투자자의 조급한 심리를 씨앗을 심고 매일 싹이 났나 확인하는 농부에 비유했습니다.
씨앗을 심었으면 믿고 기다려야 하는데, 조바심에 매일 흙을 파헤쳐보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일단 싹이 트면 매일 자를 들고 밭에 나가 얼마나 자랐는지 길이를 재는 행위와 같다고 하더군요.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매일 주식 계좌의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우리의 모습과 정확히 겹쳐져 뜨끔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늘의 조물주가 본다면 답답해할 노릇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이 비유에 대해 흥미로운 반론도 있었습니다.
밭에 씨 뿌려놓고 매일 가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수분과 온도는 적절한지, 짐승이 파먹지는 않았는지 계속 살펴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씨앗이 죽었다면 원인을 파악하고 밭을 갈아엎어 다른 품종을 심을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또 다른 분은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하려면 농부가 최소 여든여덟 번은 들에 나가 벼를 돌봐야 한다는 옛말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견들을 곱씹어보니 ‘무관심’과 ‘믿음’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사가 씨앗을 심어놓고 잊어버리는 행위가 아니듯, 투자 역시 기업을 사놓고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여전히 잘 성장하고 있는지, 사업 환경에 큰 변화는 없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오히려 훌륭한 관리의 영역일 것입니다.
적절한 균형 찾기
결국 투자는 인내와 관심 사이에서 현명한 균형점을 찾는 여정인 것 같습니다. 부동산 투자가 비교적 성공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물리적으로 쉽게 팔 수 없어 자연스럽게 장기 투자가 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처럼 주식은 그 유동성 때문에 인내심을 유지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어떤 이는 엔비디아 주식을 4달러에 사서 잊고 지내다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는 기사를 언급하며, 이런 경우는 100만 분의 1의 확률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투자자에게는 매일 들여다보는 것도 문제지만, 몇 달에 한 번 정도는 확인하며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습니다.
나만의 투자 철학을 세우며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세창을 들여다보느라 일상이 마비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잦은 확인이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해치고 섣부른 판단을 부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매주 적립식으로 자동 매수를 걸어두고 의식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물론, 그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여전히 쉽지는 않습니다.
어떤 이는 존 리의 조언처럼 자녀 사교육비를 아껴 S&P 500 지수를 사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그의 투자 방식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투자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의견을 참고하여 나만의 원칙과 철학을 세우고, 그것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씨앗을 심었다면, 매일 흙을 파헤치는 대신 밭 주변의 잡초를 뽑아주고 가끔 물을 주며 묵묵히 기다리는 농부의 지혜. 그것이 바로 변덕스러운 시장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지키고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산들바람을 맞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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