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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ETF SOXL 3배 레버리지 투자 이야기

  • 기준

얼마 만에 깊이 잠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나서는 매일 밤 잠을 설쳤던 것 같습니다.

반도체 지수가 하루에 1% 오르면 SOXL은 3% 오르고, 반대로 1% 내리면 3% 손실을 보는 매우 공격적인 상품입니다.

최근 시장의 조정을 기회 삼아 SOXL을 모두 매도하고 나니, 복잡했던 포트폴리오가 한결 단순해진 기분입니다. 현재 제 포트폴리오는 커버드콜 비중이 60%를 넘고 나머지는 VOO, SPY 같은 지수 ETF와 TLT 채권, 그리고 몇몇 개별주로 채워져 있습니다.

덕분에 전체 금융자산 중 현금 비중도 40% 위로 든든하게 확보할 수 있었죠. 이번 SOXL 투자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어떤 투자보다 강렬한 경험과 교훈을 남겼습니다.

진입의 기준

그동안 모아온 자산을 단번에 파괴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은 철저히 피해왔습니다. 그런 SOXL에 진입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유일한 무기는 바로 공포와 탐욕 지수였습니다.

레버리지 초보 투자자일수록 가격의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40달러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던 눈에는 30달러도 저렴해 보이지만, 결국 7달러까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죠.

가격 대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숫자로 보여주는 공포탐욕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훨씬 현명한 판단을 내리게 도와줍니다. 실제로 저는 이 지수가 극도의 공포를 의미하는 3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분할 매수를 시작했습니다.

거래 내역을 보니 9달러부터 매수를 시작해 마지막 매수 단가가 7.8달러 정도더군요. 참고로 이 지수는 개별 종목이 아닌 미국 주식 시장 전체의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이므로,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용도로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투자의 관점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은 딱 그런 존재입니다.

매도한 다음 날 아침, 판 가격보다 더 높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았지만 큰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평생 투자를 하다 보면 시장이 출렁일 때 또 만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AI 슈퍼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장기 투자를 마지막까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경고하듯, 3배 레버리지 상품을 장기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입니다.

특히 횡보하거나 하락하는 시장에서는 변동성으로 인해 가치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심하면 고점 대비 -90%까지도 하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버리지는 단기 상품이라고 결론 내렸고 만약 반도체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에 투자하고 싶다면 변동성이 낮은 1배수 상품인 SOXX가 더 적합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도 시점을 잡는 것이 어렵다면 일봉이나 주봉의 RSI 지표를 참고해 과매수 구간, 즉 어깨쯤에서 분할 매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종목의 이해

SOXL 투자를 쉽게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엔비디아 때문이었습니다. 개별주 메인으로 엔비디아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SOXL도 엔비디아의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건 큰 착각이었습니다.

SOXL의 포트폴리오에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브로드컴, 인텔 같은 다양한 전통 반도체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때로 엔비디아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SOXL의 발목을 잡는 X맨이 되기도 합니다.

덕분에 엔비디아 주가만 볼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다른 기업들의 상황까지 공부해야 했습니다.

위기의 순간

느낀 SOXL의 가장 큰 매력은 역설적이게도 위기의 순간에 가장 빛난다는 점입니다. 세상이 곧 망할 것처럼 느껴지고 주식 시장이 끝없이 추락할 것 같은 공포가 만연할 때, 가장 먼저 담아볼 만한 선택지가 바로 SOXL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변동성이 커서 바람 잘 날 없지만 아주 작은 호재에도 누구보다 빠르게 날아갈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레버리지 투자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전체 투자금의 5%처럼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접근해야만 꿀잠을 잘 수 있는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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