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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 안 된 부모님, 자식은 언제까지 희생해야 할까요?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정말 가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3040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사연을 접했습니다.

곧 결혼을 앞두고 독립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분의 이야기였는데요.

문제의 핵심은 평생 사업병을 앓고 계신 아버지였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정체불명의 사업을 벌이다 전 재산을 날리고, 일가족을 반지하 생활로 몰아넣었던 아버지. 어머니가 남겨주신 보험금으로 마련한 집 한 채 겨우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여전히 환상 속에 살고 계셨습니다.

국민연금마저 일시금으로 수령해 사업 자금으로 써버린 지 오래고, 자산은 천만 원도 채 안 되는 상황이죠.

그런데도 아버지는 자식의 걱정을 사업 성공해서 건물 사면 된다는 허황된 말로 일축합니다. 이 상황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누나는 그래도 전세는 마련해 드려야 하지 않나라며 비용을 반반 부담하자고 하고, 결혼하면 내 가정을 지켜야 하니, 나라에서 지원하는 임대주택으로 모시고 최소한의 도리만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평생 경제관념 없이 사업 실패를 반복해 온 부모님에게 목돈(전세금)을 쥐어드리는 건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

반응도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전세금 빼서 또 사업하다 날리실 분이다, 돈 빌리고 날리는 건 도돌이표다라는 경험 섞인 조언들이 쏟아졌죠.

지금 누나의 말대로 무리해서 전세금을 마련해 드린다면, 그 돈은 아버지의 노후 자금이 아니라 또 다른 실패할 사업 자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히려 잔인해 보일 정도로 냉정하게 지원을 끊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아버지를 돕는 길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스스로의 경제적 무능력을 인정하고 국가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끔 유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설프게 자식들이 용돈 드리고 월세 내드리면, 아버지는 끝까지 나는 아직 건재하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할 테니까요.

많은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이 사연에 달린 글 중 법륜스님의 말씀을 인용한 구절이 인상 깊었습니다.

효도는 하면 좋은 것이지, 안 한다고 나쁜 것이 아니다. 특히 부모님이 자식에게 경제적, 정서적 고통을 줬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람 된 도리로서 굶거나 얼어 죽지 않게 챙기는 것(최소한의 식비, 주거, 의료비)은 필요하겠지만, 그 이상을 희생하며 내 가정을 위협받는 것은 효도가 아니라 공멸입니다.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식이 먼저 나서서 걱정하고 전전긍긍하는 것도 과한 오지랖일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정말 벼랑 끝에 몰려 도와다오라고 손을 내밀 때,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습니다.

감정적인 싸움 대신, 차가운 이성으로 준비해야 할 자립 로드맵을 제안합니다.

1. 세대 분리는 필수입니다.

부모님을 부양 가족으로 두면 자녀의 소득 때문에 부모님이 기초생활수급이나 각종 복지 혜택에서 탈락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결혼하여 분가하거나, 아버지를 1인 가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2. LH 임대주택(국민임대, 영구임대)을 노리세요.

사연 속 아버님처럼 자산이 거의 없는 경우(천만 원 이하),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주거 복지 대상 1순위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령자 복지주택: 자산이 없으면 입주 자격이 주어지고 나라에서 케어해 주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습니다.

비용: 보증금과 월세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며, 수급자로 선정되면 주거 급여가 나와 월세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팁: 아버지가 직접 알아보지 않는다면, 자녀가 대신 정보를 수집해 두고 타이밍을 봐야 합니다.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상담받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3.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전략적 접근)

자산이 일정 수준 이하(대도시 기준 등이 다름)이고 소득이 없다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 가능합니다. 수급자가 되면 생계급여뿐만 아니라 의료비가 거의 무료에 가깝고, 쌀이나 식권 등 부식 지원, 공과금 감면 혜택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부양의무자(자녀)의 소득을 깐깐하게 봤지만, 최근에는 기준이 많이 완화되었습니다.(의료급여 제외 등)

하지만 여전히 자녀의 연봉이나 재산이 매우 많으면(연봉 1억, 순자산 10억 등) 탈락할 수도 있으니, 미리 모의 계산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1순위는 원가족(아버지)이 아니라 새로 꾸릴 가정(배우자)이 되어야 합니다. 배우자가 될 분에게도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지원은 여기까지다라는 합의를 미리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밉더라도 천륜을 끊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쌀독을 채워드리고, 병원비를 내드리는 최소한의 안전망만 유지하고, 나머지 삶의 무게는 아버지가 짊어지게 두세요.

그것이 평생을 회피형으로 살아오신 아버지가 늦게나마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겠지만, 자녀가 바로 서야 나중에 정말 위급할 때 부모님을 일으켜 세울 힘도 생기는 법입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냉정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생존 전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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