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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5 가격, 비싼 걸까?

  • 기준

최근 기아에서 새로 출시된 전기차 EV5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저 역시 새로운 전기 SUV의 등장에 기대를 품고 가격표를 살펴보았는데요. 보조금을 제외한 순수 차량 가격을 확인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가장 많은 분이 선택할 법한 중간 트림에 소위 한국인 필수 옵션이라 불리는 통풍 시트, 서라운드 뷰, 드라이브 와이즈 등을 추가하니 차량 가격이 5,700만 원에 육박하더군요.

기본 모델에 옵션을 타협해도 5,400만 원, 옵션을 모두 제외한 깡통 모델조차 5,000만 원부터 시작이었습니다.

한 커뮤니티 사용자는 한국 경제를 생각한다면 비싸더라도 현기차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현대차가 잘 되어야 나라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어찌 보면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던 시각이죠. 하지만 이 의견은 곧바로 날 선 반박에 부딪혔습니다.

그렇게 나라를 생각한다면 내수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먼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반문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EV5의 경우, 가격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바로 중국산 배터리였습니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중국산인 상황에서 국산차라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정당화하는 것은 일종의 애국심 마케팅에 기댄 논리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죠.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국산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상품성과 자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가치를 동시에 제공해야만 진정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가전제품들이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었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원가와 보조금의 딜레마

EV5의 가격이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 전기차는 배터리팩 원가만 2~3천만 원에 달해 어쩔 수 없다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세금을 풀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지, 제조사가 마음대로 가격을 정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실제로 e-GMP와 같은 전용 플랫폼 개발에 수조 원을 투자했고, 아직 투자비 회수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거론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재반박에 직면했습니다.

한 사용자는 부품용 배터리팩 가격은 원가에 100% 마진을 붙인 금액이므로, 실제 원가는 그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전기차의 마진이 정말 낮은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습니다. 작년 연말에 아이오닉 6가 천만 원, EV9이 2~3천만 원에 달하는 할인을 진행했던 사례를 보면 손해 보고 파는 장사라는 말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결국 논쟁의 중심에는 전기차 보조금이 있습니다. 보조금이 없다면 비싸서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과 보조금이 있으니 제조사가 그만큼 가격을 올려 받는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실제로 보조금이 사라지면 제조사들이 가격을 내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보조금 폐지 후 1년간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했던 사례도 있어 어느 한쪽의 주장이 맞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보조금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차량의 실제 가치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선택은 가치의 몫

기아 EV5 가격 논란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이제 자동차 시장에서 애국심이라는 변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업의 제1 목표는 이윤 창출이라는 현실 또한 명확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은 냉정합니다. 비싸다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충전구가 앞에 있어서 불편하다고 옵션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사지 않을 뿐입니다.

국산차라서 무조건 응원하고 구매해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좋은 제품은 칭찬하고, 잘못된 정책이나 아쉬운 부분은 비판해야 더 나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EV5가 이 논란을 딛고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이 가격을 지불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은 애국심에 대한 호소가 아닌,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가성비와 상품성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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