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면서 우리가 흔히 범하는 착각, 그리고 왜 나는 열심히 하는데 돈을 못 벌까?
혹시 지금 계좌에 파란불(손실)이 가득한데도 전군, 출정하라!를 외치며 버티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글이 조금 아프더라도 약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게임을 할 때는 초보자 사냥터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식 시장에만 들어오면 다들 자신이 고수라고 착각합니다.
어디서 본 글에서는 주식 투자자의 단계를 5단계로 나누더군요.
- 초보(1~2단계): 지수 ETF나 배당주 위주의 안전 제일 투자자
- 고수(3단계): 삼성전자, 애플 같은 우량 개별주 투자자
- 초고수/전설(4~5단계): 코스닥 잡주, 테슬라, 혹은 코인과 선물옵션의 영역
재미있는 건 수익률의 반전입니다. 1~2단계에서 노는 분은 5년 동안 78%의 수익을 올렸는데, 4~5단계에서 현란한 매매를 하는 분은 계좌가 처참하게 박살 나고 있다는 사실이죠.
우리는 흔히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높은 수익이 온다(High Risk, High Return)고 배웁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그건 그냥 High Risk, Zero Return일 뿐입니다.
내 실력은 동네 뒷산 수준인데, 장비도 없이 에베레스트를 오르려 하니 조난당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닐까요?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고, 내 실력에 맞는 물에서 노는 것. 그것만 인정해도 계좌는 지킬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공감되면서도 뜨끔했습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님은 ‘불패의 신화’죠. 문제는 주식 초보들이 이 정신을 계좌에 대입한다는 겁니다.
“나에게 패배란 없다. 존버는 승리한다.”
이 믿음 하나로 -30%, -50%가 된 종목을 끝까지 들고 갑니다. 심지어 빨간 불이 들어온(수익 난) 종목은 현금 확보라는 명분으로 잽싸게 팔아버리고, 그 돈으로 다시 파란 불이 들어온 망해가는 종목에 물타기를 합니다.
그 결과는? 좀비 계좌의 탄생입니다. 오를 녀석들은 다 팔아버리고, 가망 없는 녀석들만 덩치를 키워놨으니 계좌가 회복불능 상태에 빠지는 거죠.
이순신 장군님은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하셨지, 무모하게 침몰해가는 배를 붙잡고 계시진 않았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진정한 용기는 손절을 인정하는 데서 나옵니다.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썩은 가지를 잘라내야 새순이 돋을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업 투자자를 꿈꾸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직장 다니느라 차트를 못 봐서 잃는 거야. 하루 종일 모니터만 볼 수 있다면 나도 돈 벌 수 있어.
단언컨대, 이것은 거대한 착각입니다.
차트를 6시간 쳐다본다고 해서 주가가 내 눈빛을 받고 올라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잉 정보의 함정에 빠집니다.
차트의 캔들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찌라시 같은 정보에 휘둘리게 되죠.
실제로 모니터와 씨름하지 않은 분의 수익률이 훨씬 좋았다는 게 그 증거고요.
사실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미국 지수 ETF, 우량주 적립식 장투.
이게 돈 버는 길이란 걸 머리로는 알지만, 손가락은 자꾸 급등주와 테마주를 클릭합니다. 왜냐하면 지루하거든요. 도파민이 안 나오거든요.

하지만 투자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닙니다. 짜릿함을 원한다면 놀이공원을 가야지, 왜 소중한 노후 자금을 걸고 도박을 하나요?
화려한 기술, 고급 정보, 차트 분석… 다 좋습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내 수준을 아는 메타인지와 손실을 확정 짓는 용기, 그리고 지루함을 견디는 인내심입니다.
지금 계좌 속에 숨겨둔, 배우자에게도 차마 보여주지 못한 마이너스 그랜드슬램 종목이 있다면, 오늘 한 번 냉정하게 들여다보세요.

나는 지금 투자를 하고 있나요, 아니면 이순신 장군 흉내를 내며 고집을 부리고 있나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복구하고 싶다면, 오히려 욕심을 내려놓고 1단계(기본)로 돌아가세요. 그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