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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30년 국채 ETF가 가르쳐준 뼈아픈 교훈(Feat. 변동성)

  • 기준

오후 장을 마감하고 계좌를 열어보니 깊은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법 쏠쏠한 수익률을 보여주던 미국 장기채 ETF가, 12월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순식간에 매수 가격 근처까지 내려와 버렸기 때문입니다.

많은 서학개미들과 채권 투자자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미국 30년 국채 ETF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경험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저처럼 국채니까 안전하겠지라고 단순하게 접근했다가 당황하셨던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국채는 무조건 안전자산일까?

우리가 흔히 경제 교과서에서 배우길, 미국 국채는 무위험 자산(Risk-free asset)이라고 합니다. 미국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니까요.

하지만 돈을 떼일 위험이 없다는 것과 내 투자 원금이 보장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투자 중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같은 초장기채 상품은 사실상 주식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변동성을 가진 고난이도 상품입니다.

국채가 안전자산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안전자산인가요? 맞는 말입니다. 발행 주체(미국)의 신용도는 완벽합니다.

하지만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은 듀레이션(Duration)에서 옵니다. 듀레이션이 17년 정도 되는 장기채 ETF(예: TLT)의 경우, 금리가 단 1%만 변동해도 채권 가격은 위아래로 15~18%씩 요동칩니다.

즉, 만기까지 30년을 들고 갈 게 아니라면, 중간에 사고파는 ETF 투자자에게 장기채는 안전자산이 아니라 금리 방향성에 배팅하는 철저한 위험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하락장에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진짜 안전을 원했다면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초단기채(파킹형)를 샀어야 했겠죠.

환헤지(H), 과연 정답이었을까?

채권 ETF를 고를 때 또 하나의 고민은 환율입니다. 금리 인하 시기에는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약달러)이라 예상하고 환헤지(H) 상품을 선택했습니다.

달러가 떨어져도 채권 가격 상승분만 온전히 먹겠다는 전략이었죠. 하지만 시장은 항상 제 예상보다 복잡하게 움직입니다.

최근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환노출형 상품을 샀더라면 환차익으로 손실을 방어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게다가 간과했던 것이 환헤지 비용입니다. 연간 2.5~3% 수준의 비용이 눈에 보이지 않게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체감하게 되면, 채권 투자의 매력이 뚝 떨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결국 금리 인하 = 채권 가격 상승이라는 공식만 믿고 덤비기엔 환율과 비용이라는 변수가 너무 컸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유하는 이유

주변을 보면 작년부터 금리 인하만 믿고 들어왔다가 긴 횡보장에 지쳐 손절했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지금 계좌는 본전 수준으로 회귀했지만, 당장 매도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 주식 시장이 꼬꾸라질 때, 혹은 경기 침체 시그널이 올 때 장기채는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며 내 자산을 방어해 줄 유일한 보험이기 때문입니다.
  • 따박따박 들어오는 분배금: 주가 흐름은 답답해도 매월 주당 28원 정도의 분배금(배당)이 들어옵니다. 연 분배율로 따지면 약 3~4% 수준인데, 이 현금 흐름이 버티는 힘이 되어줍니다.

지금 시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의 정책 변화와 금리 인하 스케줄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미국 장기채 ETF는 결코 마음 편한 적금이 아닙니다.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회복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매운맛 투자처입니다.

저는 금융 자산의 10% 비중 정도로만 유지하면서, 이 변동성의 파도를 즐겨보려 합니다. 채권 투자를 고려하시는 분들이라면, 미국 정부는 망하지 않지만, 내 멘탈은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고, 듀레이션과 환율 변수를 꼼꼼히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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